[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내년 건강보험료 인상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건보료 책정인데다 최근 물가가 치솟은 탓이다. 건보료 조정에는 내년도 요양급여 협상 결과가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달 말 결론이 나는 수가 협상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12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건강보험 당국과 의사협회·병원협회·치과의사협회·한의사협회·약사회·조산협회 등 각 보건의료 단체는 내년 수가(의료서비스 가격)를 두고 본격적으로 협상에 들어가 이달 말까지 협상을 진행한다. 수가는 의료 공급자단체들이 국민에 제공한 보건의료 서비스의 대가로 건강보험 당국이 국민을 대신해서 지불하는 요양급여 비용을 말한다.
수가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면 건강보험 가입자 대표로 구성된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가 협상 내용을 심의·의결하고 복지부 장관이 최종 고시한다. 수가 계약 체결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이달 31일 이전에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협상이 결렬되면 건강보험 가입자와 의료서비스 공급자, 정부 대표 등이 참여하는 건강보험정책 최고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6월 말까지 수가를 정한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협상에서 올해 수가를 동네 의원 3.0%, 치과 2.2%, 병원 1.4%, 한의원 3.1%, 약국 3.6%, 조산원 4.1%, 보건기관(보건소) 2.8% 각각 인상했다. 평균 인상률은 2.09%였다. 수가 협상 결과는 내년 건강보험료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기본적으로 건보공단은 가입자한테서 거둔 건강보험료로 요양급여 비용(수가)을 지불한다. 만약 내년 수가가 오르면 건보료율도 올릴 가능성이 높다.
건보료율은 건정심에서 가입자·공급자·공익 대표자 위원 간 이견 조율 후 투표로 정한다. 최근 10년 동안 2017년 한 차례를 빼고는 해마다 올랐다. 2017년엔 동결이었지만 2018년 2.04%, 2019년 3.49%, 2020년 3.20%, 2021년 2.89% 등으로 최근 4년간은 인상률이 2∼3%대에서 인상됐다. 2022년에는 코로나19로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1.89%로 다소 떨어졌다.
현재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은 20조2410억원에 달한다. 코로나19로 의료 이용이 줄어 지난해 당기 수지는 2조8229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덕분이다. 그러나 그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일상회복에 따라 의료이용도 정상화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 하반기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으로 지역가입자에 대한 재산공제를 확대하고, 실거주 주택 대출금을 지역건보료 계산에서 빼주면 보험료 수입액은 줄 수밖에 없다.
이 탓에 내년 건보료의 동결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게 의료계 안팎의 대체적 시각이다. 하지만 최근 치솟은 물가와 금리를 고려하면 건보료를 동결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를 통해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으로 보험료 부과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약품비 지출 적정화와 부적정 의료이용 방지 등 지출 효율화로 재정관리를 강화한다고 밝혔지만, 건보료 인상 등의 재정안정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