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위쪽)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330억달러(약 42조원) 규모의 예산안을 의회에 추가로 요청했다. 같은 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몇 달, 몇 년간 지속될 수 있다며 나토 동맹은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AP·로이터]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서방이 전면 침공을 감행한 러시아를 우크라이나 영토 밖으로 밀어내는 것을 넘어, 이번 기회에 러시아의 힘을 약화시키려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330억달러(약 42조원) 규모의 추가 지원 계획을 밝히고 의회에 관련 예산을 요청했다. 앞서 의회에 요청했던 136억달러(약 17조원) 추경 예산안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 움직임은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 등 서방 국가 전체에서 나타나고 있다.

때마침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몇 달, 몇 년간 지속될 수 있다며 나토 동맹은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우크라이나가 갖고 있는 구 소비에트연방(소련) 무기를 현대식 무기로 전환하는데 나토가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토 회원국들이 보유한 구소련제(製)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서방제 최신 무기까지도 지원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이 서방과 러시아 간의 ‘대리전’ 양상을 띨 것이란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앞서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발언은 이에 힘을 실었다. 그는 키이우(키예프) 방문 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것과 같은 일을 하지 못할 만큼 약해지길 원한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목표가 전쟁 종료 그 이상에 있다는 점을 속내를 내비친 것이다.

여기에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도 전날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서방)의 전앵이며 모두의 전쟁”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승리는 우리 모두에게 전략적 의무”라고까지 말했다.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는 무기의 종류도 방어용 무기에 한정됐던 개전 초반과 현재를 비교해보면 확연히 달라졌다. 그동안 타국에 공격용 무기를 지원하는 것을 금기로 여기던 독일의 연방의회가 이날 우크라이나에 중화기를 지원하기로 결의한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에 미국은 이미 우크라이나군에 정찰위성이나 정찰기 등을 통해 확보한 각종 군사정보를 제공하면서 병력만 파병하지 않았을 뿐 실질적으로 전쟁을 치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위기를 느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우크라이나 전쟁에 간섭하려는 모든 국가에 대해 번개처럼 빠르게 대응할 것”이라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러시아를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방어하려는 우크라이나를 돕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신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