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혼선 막기 위한 조치’ 인수위 설명에도

지방선거 등 정치적 판단 개입됐다는 분석

시장선 혼란…“구체적인 방안 나와야 안정감”

지방선거? 긁어부스럼?…부동산 정책 연기한 尹인수위의 속사정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발표를 연기한 가운데 부동산 정책 대전환을 예고해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신중’ 노선을 굳힌 의중에 관심이 쏠린다.

인수위는 시장 유동성과 부작용, 혼선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부동산 이슈가 부각되지 않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괜히 건드렸다가 시장 불안이 가중되면 선거는 물론 국정운영에도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22일 인수위와 업계 등에 따르면 부동산 정책 발표 시점은 논란 끝에 새 정부 출범 이후로 정리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주택 250만가구 공급을 중심으로 각종 제도 개선 방향이 담길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는데 민간 중심 주택공급의 발판이 될 규제 개혁에 대해선 어느 정도 구체화할지 미지수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공동 운영 중인 도심 주택공급 실행 태스크포스(TF)에서도 윤 당선인이 새롭게 제시한 주택공급 모델에 대한 논의가 주로 진행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공급과 함께 부동산 시장의 큰 변수가 되는 세제·금융과 관련한 정책 발표는 그보다 더 밀릴 것으로 보인다. 일단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선 새 정부 출범 이후 TF를 발족해 들여다볼 계획이다. 공시가격 현실화 추진계획 재수립도 이때 함께 논의될 전망이다.

인수위 출범 초반부터 관심을 모았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에 대해서도 소문만 무성한 상황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대출규제 완화 방안은 새 정부의 출범 이후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부동산 정책과 보폭을 맞추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수위는 부동산 정책 발표를 미룬 데 대해 부정적인 시장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공급과 수요 양 측면에서 부동산 정책이 상당 부분 정리됐다”면서도 “시장에 중복·수정된 메시지가 전달돼 혼선을 가져올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인수위 내 실무 책임자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각각 지명된 추경호 기획재정분과 간사와 원희룡 기획위원장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소견을 밝힐 텐데 그에 앞서 정책이 발표될 경우 시장에 불필요한 자극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업계에선 정치적 판단이 어느 정도 있다고 보고 있다. 임기 초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는데 부동산 이슈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정책발표를 일단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대선 이후 집값 흐름을 보면 새 정부가 안정세를 보이던 시장을 뒤흔든 꼴이 됐는데 출범 이후 시장 흐름이 완전히 상승으로 돌아설 경우 정책 추진력이 빠질 수 있다는 차원으로 읽힌다. 실제 인수위 내부에선 정부 정책을 그대로 두고 당분간은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해진다.

부동산 정책 연기를 두고 시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대선 전부터 차기 정부의 입만 바라보고 있던 시장은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괜한 기대감을 키워 불확실성만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민감한 시장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책을 미룸으로써 시장 기대감만 누적되게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며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돼야 시장이 안정감을 느끼고 정부 정책에 대해 신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