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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바로 보기] 일본의 또 다른 새해 新年度

일본에는 신년(新年)과 신년도(新年度)가 있다. 양쪽 모두 ‘새해’를 뜻하지만 시작시점이 다르고 그 쓰임새도 차이 난다.

신년은 해가 바뀌는 1월 1일부터다. 새해 인사나 진자(神社) 참배 등은 이날을 기준으로 한다. 하지만 국가의 공식적인 새해는 4월 1일이다. 정부나 상장사의 회계연도 역시 이날 시작한다. 초·중·고교 및 대학의 입학식이나 기업의 신입사원 입사식도 4월 초순 실시된다.

당연히 일본 정부가 도입하는 제도나 기업들의 방침은 대개 4월 1일부터 적용된다. 코로나 사태 3년째인 2022년 신년도를 맞아 사회 각 분야에서 예년보다 많은 변화가 있다. 올해 가장 주목받은 새 제도는 개정민법 시행과 함께 성인 연령이 20세에서 18세로 내려간 것이다. 지난 1일은 메이지 시대 이후 140여년간 이어진 ‘성인’의 정의가 바뀐 역사적 시점이었다. 2002년 4월 2일부터 2004년 4월 1일까지 출생한 18, 19세 청년들이 한꺼번에 성인이 됐다. 기존 제도나 관습을 좀처럼 바꾸지 않는 일본 사회의 전통을 고려하면 매우 혁명적인 대전환이다.

올해 성인이 된 청년들은 부모 동의 없이 신용카드 발급이나 임대주택 입주 등의 계약을 할 수 있다. 결혼할 수 있는 여성의 연령은 16세에서 18세로 올라가 남녀 모두 18세가 됐다. 유효기간 10년짜리 여권이나 공인회계사 등의 자격도 18세부터 취득이 가능해졌다. 개정 소년법도 이달 1일부터 시행됐다. 18, 19세 대상자들을 ‘특정 소년’으로 규정, 범죄를 저지를 경우 처벌이 대폭 강화됐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20세 기준이 바뀌지 않는 것도 있다. 개별 법령으로 나이를 규정한 흡연이나 음주, 경마 등 공공기관 도박 연령은 20세 이상이 유지됐다.

일반인 사이에 가장 논란이 된 사회 이슈는 연금제도 개편이다. 고령자는 물론 중·장년층의 관심이 큰 개정 공적 연금제도가 이달 1일부터 적용됐다. 공적 연금의 수급 시작 연령은 원칙적으로 65세이지만 60~70세 사이에 선택할 수 있었다. 새 제도의 핵심은 상한 연령을 5세 올려 60~75세 사이로 선택권을 확 넓힌 것이다. 연금액은 한 달 늦출수록 월 0.7% 증액된다. 75세부터 받을 경우 65세에 시작하는 사람보다 84% 늘어난다.

기업들에 큰 영향을 주는 증시제도는 4월 4일부터 변경됐다. 도쿄증권거래소의 재편은 1961년 이후 60년 만이다. 1부, 2부, 마더스, 자스닥 등 4개로 구분됐던 기존 시장을 대기업 중심 ‘프라임’, 중견기업의 ‘스탠더드’, 신흥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그로스’의 3개 시장으로 바꿨다. 최고 우량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프라임시장에는 전체 상장회사의 49%에 해당하는 1840개가 상장했다. 업계에선 세계 최대였던 일본 증시가 30여년 만에 5위로 쪼그라들자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했다.

이달 들어 일본 소비시장은 조금씩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사회 곳곳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보수 안정을 선호하는 일본답게 그 전환 속도는 매우 더딘 편이다. 그럼에도 코로나 사태가 일본의 역사적 변곡점이 된 건 분명하다.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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