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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 “고기 끊으니 먹을 게 없어”…컨설팅펌 뛰쳐나와 창업한 이 남자 [지구, 뭐래?]
안현석 위미트 대표는 “지금까지 식물성 고기는 치맥처럼 문화적인 만족감까지는 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고기 없이도 미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안경찬PD·시너지영상팀]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고기가 먹고싶은 게 아니라, 고기로 만들어왔던 음식이 가져다준 경험을 즐기고 싶은 것 아닐까요? 닭을 먹고 싶은 게 아니라, ‘치맥’을 먹고싶은 것처럼요.”

식물성 고기 제품을 개발하는 업체 위미트의 안현석 대표의 시선은 독특하다. 흔히 식물성 고기를 대체육이라고 부르는데, 그는 “‘육(肉)’을 대체하고 싶지 않다”고 선을 긋는다. 그저 ‘맛있으면서도 뿌듯함을 주는 음식’을 잘 만드는 것이 목표다.

물론 아직은 기존 육식의 명성에 기대 치킨, 꿔바로우, 깐풍기 등 대체식품을 만든다. 하지만 언젠가는 식물성 고기가 선점한 레시피가 국민적 인기를 끌어, 오히려 기존의 고기로는 대체할 수 없는 새로운 소울푸드를 만들어낼지 모를 일이다.

헤럴드경제가 최근 안 대표를 직접 만나 위미트의 꿈을 엿봤다.

[영상=시너지 영상팀]

-먼저 위미트가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소개해주세요.

“내일을 위한 고기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버섯을 주재료로 다른 식물성 단백질들과 함께 고기 식감을 내는 식물성 원료육을 개발하고 있고요. 저희가 개발한 닭고기 식감 원료를 치킨처럼 튀겨낸 프라이드 제품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위미트는 설립 1년밖에 안 된 초기 스타트업이다. 안 대표가 무턱대고 집 주방에서 대체육 원료를 만들어보던 것이 그 시작이었고, 1년 만에 10명 이상의 동료가 모였다. 현재 프라이드 치킨 제품과 꿔바로우, 깐풍기, 마살라(인도 요리) 등 제품을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창업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일종의 문화가 돼버린 음식들이 있잖아요. 퇴근한 금요일 밤이면 늘 생각날 법한 치맥같은 음식들요. 지금까지 식물성 고기는 치맥처럼 문화적인 만족감까지는 주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채식주의자로서 그런 제품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여러 방법을 찾다가 아예 직접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겠더라고요.”

-채식주의자로서 느꼈던 답답함이 결국 사업으로도 이어진 셈이네요.

“그렇죠. 사실 우리가 어떤 요리를 고를 때, 반드시 고기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잖아요. 그저 우리가 맛있게 즐겨왔던 요리였는데, 고기가 들어가 있었을 뿐이죠. 제가 고기 재료를 선택하지 않기로 했다고 해서, 그런 즐거움 자체가 박탈된다는 것이 모순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고기가 가지고 있는 식감이나 맛, 영양을 구현해낼 수 있는 식물성 단백질 원료를 찾아 나선 거죠.

안 대표의 약력은 특이하다. 대학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했으나, 사업가 아버지를 보면서 키워온 경영자로서의 꿈이 그를 글로벌 경영 컨설팅펌으로, 또 IT스타트업으로 이끌었다. 사업 아이템을 개발하려면 디자인적 통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2년간 미국 유학도 떠났다. 식물성 고기가 안 대표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이 시기다. 환경을 위해 채식을 하는 이들이 흔했고, 자연스레 채식을 시작하면서 사업 기회를 발견한 것이다.

-미국에 비하면 아직 한국에선 채식 문화가 마이너한데요. 사업에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직 시장 자체가 마이너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꼭 마이너들만 소비하라는 법은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채식에 도전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 기저에는 조금 더 건강한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깔려있는 것 같아요. 저희 제품이 건강 측면에서 고기의 대안으로 주목을 받는다면, 저변은 점점 더 넓어질 수 있겠죠.

저희 식물성 고기를 꼭 채식의 관점에서 볼 필요도 없어요. 채식주의자로서의 발상에서 시작하긴 했지만, 결국 제가 원했던 본질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과 식재료의 종류를 확장시키는 것이니까요. 왠지 맛없고 배도 안 찰 것 같은 인상을 주는 ‘채식’이라는 틀보다는, 보다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대안적 음식을 만들고 있다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안현석 위미트 대표. [사진=안경찬PD·시너지영상팀]

-기존 전통육 및 축산 업체들의 견제, 저항도 있는 것 같습니다. ‘육’ ‘고기’라는 말 대신 ‘대체식품’ 정도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인데요.

“당연히 그러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저희 같은 기업들이 계속 ‘대체육’이라는 시장 포지셔닝을 유지하는 것이 맞는지 회의가 들기도 하거든요. 대체육이라는 단어 자체가 ‘기존의 고기를 대체하겠다’는 목적성을 띠고 있잖아요. 물론 대체육이 많이 팔릴수록 기존 육류 소비가 줄긴 하겠지만, 애초에 그 목적성이 있느냐 없느냐는 큰 차이라고 봐요. 생계가 걸려있는데, 안 좋게 깎아내리고 대체하겠다면 반발감이 생길 수밖에 없죠.

대체육보다는 ‘건강한 식재료의 대안’으로 접근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축산업을 사라져야 할 절대악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지속 가능한 식재료는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니 여러 대안을 모색해보자는 거죠.”

-전통 축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과학 시간에 배우는 에너지 피라미드 아시죠. 에너지 피라미드를 놓고 보면 저희 인류는 최종 소비자 중에서도 꼭대기에 있거든요. 그 꼭대기의 개체수는 적어야 해요. 근데 인류는 앞으로도 더 많아질 겁니다. 이 상황을 지탱하려면 피라미드에서 인류 바로 밑에 있는 개체는 그 수가 훨씬 더 많아져야 할 텐데 불가능하죠.

저희가 스스로 꼭대기에서 한 단계 내려오면 돼요. 즉 육류 외의 것으로부터도 많은 에너지를 섭취하는거죠. 그런 맥락에서 보면, 식물성 고기와 기존의 축산업이 충분히 공존 가능합니다.

안 대표는 “더 많은 대안들이 등장해야 축산업도 건강하고 지속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 축산 업계의 경쟁은 누가 더 높은 효율성으로, 저렴한 가격에 고기를 공급하느냐가 관건이다.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농장이 없지 않지만, 가격을 떨어트리는 것이 훨씬 쉽고 효과적이다. 식물성 고기는 이같은 기존 경쟁 판도를 바꿀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게 안 대표의 기대다.

“기존 축산업자 분들도 지금 방식이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고 것은 알고 있을 거예요. 다만 관성 때문에 이어가고 있을 뿐이죠. 점점 더 많은 대안이 생겨 외부에서 충격을 준다면, 축산업도 조금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진화해 나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위미트는 어떤 환경 문제에, 어떻게 기여하실 수 있나요?

“보통 환경 문제를 얘기하면 기후 위기를 떠올리고, 결국 이산화탄소로 이어집니다. 축산업이 기후 위기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죠.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에 얼마나 차지하는지를 따지면, 교통수단보다도 많은 15% 이상이라고 해요. 그 중 대부분은 낙농업이 담당하고요.

그런데 저는 조금 더 넓게 보고 싶어요. 이산화탄소가 가장 중요한 건 맞지만, 그게 다는 아니거든요. 수질 오염과 자원 활용성 등도 생각해보자는 거죠. 수질 오염 측면에서 보면, 닭고기는 축산업 중에서도 가장 많은 물을 사용합니다. 또 악취 문제도 있죠. 시골 갔을 때 소, 돼지 농장은 쉽게 마주치더라도 양계 농가는 보기 힘드실 거예요. 조류는 요산을 배설하고, 이는 암모니아 농도가 높아 악취가 심해 마을과 좀 거리를 둬야 하거든요. 닭고기의 대안인 저희 제품은 이런 문제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미 국내에도 식물성 고기 업체들이 적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차별점이 있다면?

“많은 대체육 스타트업이 분쇄 가공육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햄버거 패티, 떡갈비, 소시지 등, 기존의 육류를 분쇄하고 다시 결착해서 만드는 제품들이죠. 기존 전통육의 가공 절차를 따르면 되기 때문에, 제조 과정이 비교적 쉬운 측면이 있죠.

근데 저희는 분쇄 가공육보다는 정육 쪽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정육이란 우리가 먹는 육고기의 근육 조직을 의미하고, 근육 조직은 근섬유 다발을 뭉쳐놓은 건데요. 원료를 섬유 구조로 배열함으로써 고기의 결감을 잘 구현할 수 있습니다. 분쇄육은 씹었을 때 어묵 뜯어지듯이 곧바로 절단이 되는 반면, 정육은 뜯김이라는 고기 특유의 조직감을 갖출 수 있죠.”

-결국 식감의 차이인 건가요.

“확장성 측면에서도 큰 차이가 있어요. 보통 분쇄육보다는 정육이 식재료로 더 많이 쓰이거든요. 햄버거 패티는 햄버거라는 정확한 적용처가 있고, 소시지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닭고기’를 정육 형태로 제공하게 되면 닭갈비, 닭꼬치, 치킨, 치킨카츠 등 적용처가 훨씬 많아집니다.

통상 식물성 정육 제품의 경우 압출 성형 방식을 많이 택하는데요. 설비 자체에 적잖은 비용이 들어가고, 예민한 기계라 운용하는 데 어려움이 따릅니다. 저희는 압출기 없이도 식물성으로 고기 조직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위미트가 제조한 비건 치킨 제품의 모습. [사진=안경찬PD·시너지영상팀]

-가장 가까이 세워둔 목표가 궁금합니다.

“사업을 시작하고 처음 목표는 저만의 제조 공간을 갖고 싶다는 거였어요. 처음엔 무턱대고 집 주방에서 시작했어요.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공유 주방을 찾았지만, 아쉬움이 있었죠. 감사하게도 작년 7월에 초기 투자를 받으면서, 작은 제조 공간을 꾸리게 됐어요. 올해 하반기에는 좀 더 규모 있는 자동화 공장을 갖춰보려고 합니다.

또 올해 상반기에는 원육 제품을 상용화해보려고 해요. 현재는 치킨처럼 이미 튀겨진 완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이제부턴 소비자들이 직접 구매해서 양념도 하고 요리를 할 수 있는 식물성 고기를 판매하는 거죠. 앞서 다른 회사에서 나온 원육 제품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구이용으로 한정돼 있어요. 저희는 조금 더 원육의 느낌이 나도록, 두껍고 육질도 느낄 수 있게 구현했습니다.”

올해 원육 제품을 출시하고 월 30~40t 이상의 생산 공정까지 확장된다면, 위미트는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을 준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중 시리즈A 투자 유치 작업에도 돌입한다. 앞서 초기 투자 단계에서는 테크 분야 전문 엑셀러레이터(AC)인 블루포인트파트너스와 임팩트 투자 전문 AC 소풍벤처스, 네이버 계열 VC 스프링캠프 등이 참여한 바 있다.

-앞으로 위미트 제품을 만날 기회도 늘어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지금은 온라인 스토어에서 택배로 구매하는 형식이 대부분인데요. 상대적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저희 제품을 만날 기회는 많지 않았어요. 앞으로는 마트에서도 저희 완제품을 구매할 수 있고, 또 즐겨 먹는 가정간편식(HMR)에도 저희 원육이 들어가도록 해보려고요.

저희 원육을 사용하는 레스토랑에서 요리로 즐기실 수도 있겠죠. 현재도 일부 수제 맥주집에는 치킨 제품이 안주용으로 납품되고 있는데요. 이밖에도 몇몇 프랜차이즈와 새로운 논의를 하고 있어요. 잘 마무리된다면, 저희 제품을 훨씬 더 친숙하게 접하실 수 있을 겁니다.”

환경 때문에 채식을 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너 혼자 한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고 깎아내리는 경우가 많다.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은 안 대표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가 식물성 고기에 매달리는 것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다는 이들에게 기회는 충분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세상이 실제로 바뀌든 말든, 내가 0.00001%라도 기여하면 뿌듯할 거거든요. 채식을 하는 이유는 제각각이겠지만, 꽤 많은 경우가 이런 긍정적 생각을 품고 있을 거예요. 제가 하는 일의 궁극적인 방향은 고기 없이도 미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긍정주의자들이 점점 더 많아지도록 돕는 겁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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