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등 외부위탁운용 성장 기대감 고조
디폴트옵션 시행…상품중 1가지 사전선택
선점 대형운용사에 후발 증권사 도전장
내달부터 중소기업 퇴직연금 기금의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사업자 선정에 나서면서 증권업계가 사활을 건 경쟁에 나서고 있다. 올해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까지 도입되면 OCIO 시장 규모가 향후 1000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이란 전망까지 등장할 정도다.
OCIO란 최고투자책임자(CIO)의 역할과 기능을 외부에 맡긴다(out sourcing)는 의미다. 국가기관, 법인을 비롯해 연기금 등의 자금을 외부 투자전문사가 위탁받아 운용해주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오는 4월 14일부터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 제도가 시행되면서, 이를 운영하는 근로복지공단이 4월말 OCIO 사업자 선정에 나선다. 중소기업 퇴직연금 규모는 현재 4조원 규모이지만 더 커질 전망이다. 아직 중소기업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중소기업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 제도가 시장에 안착한다면 대학 등 민간에서도 기금운용 제도가 확대되 OCIO 시장이 1000조원 규모로 늘어날 수 있다고 기대한다. 현재는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OCIO 시장 대부분을 점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기획재정부 연기금투자풀과 고용노동부 산재보험기금 등을 위탁 받아 약 30조원의 자금을 굴리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국도교통부 주택도시기금 등 약 20조원을 운용 중이다.
올해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확정기여(DC)형 가입자는 TDF·혼합형펀드·머니마켓펀드(MMF)·부동산인프라펀드·원리금보장상품 등 정부가 정한 디폴트 상품 중 한 가지 이상을 사전에 선택하게 된다. 기존 상품이 만기 돼 퇴직연금사업자가 가입자에게 알렸지만, 가입자가 4주간 운용 방법을 스스로 선정하지 않으면 2주 후 사전에 지정한 상품으로 운용된다. 사실상 외부위탁운용이다.
증권사들도 올해 초 조직개편을 단행해 OCIO 시장 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투자솔루션 본부 산하에 OCIO솔루션을 신설했고, NH투자증권도 OCIO사업부 산하 전담 기획부서와 운용부서를 새로 만들었다. 미래에셋증권은 기금운용팀과 OCIO컨설팅팀을 신설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OCIO 시장이 현재 기준으로는 높은 수익이 나오는 사업 부문은 아니지만 향후 OCIO 시장이 커질 것을 대비해 각 증권사들이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의 공세에 대형 운용사들도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디폴트 옵션에서는 운용사들의 타깃데이트펀드(TDF)가 유리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기금형 퇴직연금에서는 증권사들의 공세도 만만치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올초 투자풀운용본부장, 기금사업담당, OCIO사업본부장을 역임한 하형석 기금사업부문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전의를 다졌다.
지난달 신규 취임한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도 “앞으로 자산운용시장의 가장 큰 수요는 연금시장이 있을 것”이라며 “OCIO 비즈니스에서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에 대비한 조직을 구축할 것”이라며 결전의 각오를 밝혔다.
하지만 조직과 네트워크에서 열세인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한 중소운용사 관계자는 “관련 조직을 만들어도 정량평가를 만족하기 위한 인력과 인프라를 갖추기 어려운 실정이다”면서 “OCIO 시장에서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은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박이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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