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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 분열이 아닌 통합의 미래로

햇살 좋은 오후 집 앞 놀이터에서 아이들 네댓 명이 편을 먹고 하는 놀이에 한창 빠져 있다. 누나를 따라 나와서 함께 놀던 일곱 살 아이가 행동이 느린 탓에 다른 아이들로부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모습이 안쓰러워 개입하려던 찰나, 그중 가장 나이 많은 큰형이 나서서 단번에 갈등 상황을 종결시킨다.

한쪽에서 그 상황을 들어보니 ‘일곱 살 꼬마를 내 편에 넣으면 (상대편인) 너희는 불리할 것이 이제 없겠지? 그럼 우리 편에 넣겠다. 그리고 우리 편 아이들도 속상해하지 마라. 내가 책임지고 아이템(?)을 더 많이 확보하겠다’고 하며 상대편과도, 본인이 속한 편과도 적절히 타협하는 모양새였다.

놀이 중간에 일곱 살 꼬마는 역시나 달리기가 느린 탓에 본인 편에 큰 이득이 되지 못하였다. 하지만 큰형의 배려 덕에 서로 뺏고 뺏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이를 마무리하였고, 모두 만족한 웃음을 보인 채 다음 놀이를 기약하며 헤어졌다. 흥미진진한 놀이 전개를 벤치에 앉아서 지켜보던 나는 모든 인생사가 경쟁과 타협, 그리고 배려가 함께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이 놀이의 성공적 마무리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과연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선 가장 나이 어린 동생의 부족함을 감싸안은 형의 통 큰 결단과 상대방을 설득할 줄 아는 소통의 지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형의 약속을 믿고 이에 따르며 놀이 진행을 재개한 놀이 구성원의 신뢰와 공동체 의식이다. 그리고 구성원을 믿고 본인이 부족함은 알면서도 최선을 다하여 놀이에 참여한 일곱 살 막내의 협력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이제 무조건적인 경제성장만으로는 국가의 순위를 1등부터 꼴등까지 세울 수 없다는 것이 공론화된 지 오래다. 사회 구성원과의 협력, 지도자의 소통 능력, 국가에 대한 신뢰 등이 그 사회의 발전을 견인한다는 것이다.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는 이 같은 요소를 일컫는 사회적 자본이 사회 발전의 주요 변수라고 지적한 바 있는데 그에 따르면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가 두터울수록 그 사회는 경제 발전에 유리한 여건이 형성된다. 사회 구성원 간 불신이 만연하고 협력이 저조하다면, 그리고 사회의 리더가 소통이 부재하다면 그 사회의 경제 발전도 그만큼 뒤처진다는 이야기이다.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끝났다. 그동안의 정치적 공방도, 서로 간의 불신도 잠시 접고 이제는 발전적 미래를 위한 밑거름으로써 우리나라의 토양이 단단해지는 데에 모두가 기여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벌써 ‘잘할 것 같네, 못할 것 같네’ 하는 섣부른 기대와 우려로 인한 서로 간의 논쟁은 소모적이다. 그보다 대통령의 통합 의지를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 그리고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하여 사회 각 구성원이 안정된 사회에서 서로를 신뢰하면서 자유롭게 본인의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는 긍정적인 사회 환경이 조성되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응원한다.

우리는 선거에 참여함으로써 국민으로서의 의무에 최선을 다했고,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된 지도자의 현명한 발걸음을 바랄 뿐이다. 대한민국의 발전된 미래를 위하여 협력하고자 하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각자 있는 자리에서 열심히 땀 흘린 사람이 정당하게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내 권리와 의무를 행함에 있어 전혀 불편하지 않은 정상적이고 평범한 삶이 실현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윤진 서원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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