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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기초연금을 현행 월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1인당 10만원씩 올린다는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이 국민연금 가입 동기를 떨어뜨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자격요건만 갖추면 매달 기초연금을 40만원까지 받을 수 있는데 굳이 보험료를 내면서 '용돈 수준'의 국민연금에 가입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15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기초연금은 65세 이상의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세금으로 마련한 재원으로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노후소득보장제도의 하나로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월 10만원이었던 기초노령연금을 확대 개편해 2014년 7월 기초연금을 도입할 당시에는 월 최대 20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2018년 9월부터 월 25만원으로 오르는 등 금액이 단계적으로 계속 불어나 2021년부터는 월 30만원을 주고 있다.
윤 당선인 공약대로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월 40만원씩 지급하려면 단순계산으로 2025년에는 연간 35조원(723만명 지급), 2035년에는 연간 약 50조원(1037만명 지급)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막대한 예산 뿐 아니라 최소 노후생활비에도 못 미치는 국민연금을 타고자 보험료를 내고 최소가입 기간 120개월(10년)을 채워가며 장기간 국민연금에 가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2021년 11월 현재 1인당 노령연금 월평균 액수(특례 노령·분할연금 제외하고 산정)는 55만5614원에 불과했다. 노령연금은 10년 이상 가입하면 노후에 받게 되는 일반 형태의 국민연금을 말한다.
평균 노령연금 월수령액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올해 1인 가구 최저생계비(월 54만8349원)보다는 월 7265원 많다. 다행히 최저생계비는 겨우 넘지만, 다른 소득이 없다면 최소한의 노후생계조차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적다. 앞으로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계속 늘어나고 평균 연금액도 증가하겠지만, 겉으로 봐서는 기초연금액이나 평균 국민연금액이나 차이가 별로 없기에 국민연금 장기 가입으로 얻는 혜택이 뚜렷하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현행 기초연금 제도에는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불리한 조항이 있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길면 기초연금을 깎아서 주는 이른바 '기초연금-국민연금 가입 기간 연계 감액 장치'가 그것이다.
기초연금법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받는 노인의 기초연금액은 국민연금 수령액과 A값(국민연금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의 3년간 평균액)을 고려해 산정하는데, 대체로 기초연금 기준연금액의 150%(1.5배)의 국민연금을 받으면 기초연금이 깎인다. 예컨대 올해 현재 기초연금 기준연금액(월 30만7500원)의 1.5배인 46만1250원 이상 국민연금을 받으면 기초연금이 줄어든다.
이런 연계 장치로 기초연금을 온전히 못 받고 깎인 금액을 받은 수급자는 38만명 정도로 기초연금 수급 전체 노인(595만명)의 약 6.4%에 해당한다. 이들의 평균 감액 금액은 월 7만원가량이다. 감액 제도를 없애지 않고 기초연금만 40만원으로 올릴 경우, 국민연금에 가입하려는 동기는 점점 약해질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연구원 최옥금 연구위원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제도의 관계를 둘러싼 쟁점과 발전 방향' 연구보고서에서 "국민연금 가입 기간 연계 기초연금 감액, 국민연금 미성숙 등을 고려할 때 기초연금이 지속해서 인상되면 이론적으로 국민연금 장기 가입 유인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이에 대한 반대 논리도 있다. 지금까지 기초연금(기초노령연금 포함)이 월 10만원에서 20만원, 30만원으로 오를 때 국민연금 가입 회피 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 반론의 근거다.
복지시민단체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인 오건호 박사는 "기초연금이 일부 인상되더라도 여전히 노후생활에 충분한 금액이 아니기에 이를 이유로 젊었을 때부터 노후를 대비하는 핵심수단인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을지 여부는 소득계층별로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오 박사는 "특히 중간계층은 노후대비에 적극적이고 소득이 파악된 집단이어서 의무가입제도인 국민연금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뿐더러 은퇴 이후 기초연금 수급 대상이 되려고 노후준비를 소홀히 할지는 따져봐야 한다"며 "기초연금 인상이 국민연금 가입 저해요인이 될 것이라는 문제는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이고 연금제도에 대한 가입자의 신뢰 변화와도 관련된 것이어서 실증적 분석과 토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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