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화. [로이터]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3일(현지시간) 러시아 국가신용등급을 ‘CCC-’로 하향 조정했다.

AFP,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S&P는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영향으로 러시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증가했다고 경고하고, 신용등급을 기존 ‘BB+’에서 ‘CCC-’로 8단계 대폭 내렸다.

CCC-는 투자하면 원금과 이자 상환 가능성이 의심스럽다는 평가로 국가부도를 뜻하는 등급인 D보다 두 단계 위다.

S&P는 “서방의 제재가 디폴트 위험을 상당히 증가시킬 것으로 보아 그 후속으로 신용등급을 내렸다”며 “러시아가 사용가능한 외환보유고 완충재를 유지하는 한편 심각한 경제 제제의 영향에서 루블화를 보호하기 위해 자본통제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관은 러시아의 외환보유고 가치가 서방의 제재로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산했다. 또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앞으로 신용등급이 더 내려갈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S&P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강등한 바 있다.

앞서 무디스, 피치도 디폴트가 우려된다며 이날 러시아의 국채신용 등급을 투기등급(정크)으로 6계단씩 낮췄다.

피치는 종전 'BBB'에서 'B'로 낮추고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렸고 무디스도 'Baa3'에서 'B3'로 하향했다.

이로써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 불리는 무디스, S&P, 피치가 모두 러시아의 잠재적인 부도 위험에 경종을 울렸다.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서방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 배제 등 초강력 제재에 나섰다.

이 제재에 따라 러시아 대형은행 7곳이 12일부터 스위프트에서 퇴출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자신 뿐 아니라 3일에는 크렘린궁 대변인과 푸틴의 측근 올리가리히(신흥재벌) 19명의 자산을 동결했다.

러시아 경제의 핵심인 에너지 수출만 빼고 핵심 기술이나 부품 수출을규제하기 시작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이날 보고서에서 제재 충격 때문에 러시아의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35%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건은 러시아의 올해 전체 경제성장률을 -7%로 추산하며 1998년 경제위기 수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애널리스트 아나톨리 샬은 "경제적, 정치적 고립 때문에 러시아 경제성장이 결국 장기적으로 저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