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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망친 여당에 불만” “野 선제타격론에 가슴 철렁”
본지, 강원지역 민심 르포
‘강원 소외론’ 탓 상당수 유보층 머물러
‘재난지원금 추경’에는 민주당 긍정 평가

“여기가 그래도 춘천에서 제일 큰 시장인데 주말에 사람이 와야지. 주변에 아무도 없잖아. 이제는 주머니에 잔돈 바꿔줄 돈도 없어. 제발 우리 숨통 좀 틔워준다면 누구라도 대통령으로 뽑고 싶어.”

지난 26일 강원 춘천의 중앙시장에서 만난 박춘화(67·여) 씨는 제20대 대통령선거와 관련된 질문에 한숨부터 쉬었다. 나물이 담긴 검은 봉지를 주섬주섬 좌판에 깔던 박 씨는 “사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여기는 여전히 어렵지 않겠느냐”라며 “이재명이든 윤석열이든 아무도 뽑고 싶지 않지만 지금 시장 경제가 완전히 망가졌으니 살려줄 사람을 뽑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원 지역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대선에 대한 의견을 묻자 한 목소리로 “코로나 때문에 당장 못 살겠다”는 말부터 꺼냈다. 민생을 살릴 수 있는 후보를 간절하게 원하면서도 상당수 시민들은 정부가 코로나19 자영업자·소상공인 손실보상 등 경제적 피해 복구에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불만이 강했다.

실제로 이날 시장 주변은 시장을 가로질러 통행하는 사람들이 지나갈 뿐, 물건을 사는 손님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날 시장 인근 카페를 찾은 김세연(21·여) 씨는 “청춘낭만시장이라고 2년 전에는 청년 가게가 상당수 있었는데, 지금은 옆 명동거리까지 가게가 줄줄이 문을 닫았다”라며 “여기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는데, 친구들은 서울로 떠났고, 남은 사람들은 ‘강원도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계속 소외됐다’는 식으로 민주당에 대한 불만이 많다”고 소개했다.

그나마 유동인구가 있었던 춘천과 달리 강원 홍천은 주말임에도 거리에서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홍천사거리 인근에서 만난 한 자영업자 이모(69) 씨는 “군 장병들이 주 소비층인 동네인데 2년 넘게 발길이 끊기다보니 아예 장사를 포기한 사람이 상당수”라며 “여당이나 야당 모두 경제를 살리겠다고는 하는데, 어떻게 살린다는 건지 모르겠다. 특히 여당은 이미 한 번 실패한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추경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 평가가 이어졌다. 홍천 주민인 김모(73·여) 씨는 “정부가 못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야당이 잘할 것 같지도 않다. 그래도 여당은 이번에 300만원이라도 준다고 밤새 국회에서 고생하지 않았느냐”라며 “홍천에 큰 회사가 어딨나. 모두 작은 가게들이다. 가게들을 살릴 수 있는 후보에게 표를 줄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상황은 인제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북한과 맞닿은 지역인만큼 안보 이슈에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인제군에서 만난 이모(36) 씨는 “여기엔 북한에 가족을 두고 내려온 사람들이 특히 많다. 나도 할아버지가 아직 살아계신데, TV에서 북한 관련해 선제타격이니 하는 소리가 나오면 전쟁을 경험한 할아버지 입장에서는 가슴이 철렁한다는 말씀을 하신다”고 했다.

반면, 김정님(75·여) 씨는 “강원도 주민들은 다 수십년 째 북한에 시달리고 있는데, 대통령이 어떻게든 해결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북한 핑계로 개발도 안되고 발전도 안 해준다”라며 “국민의힘이 북한에 강하게 나가겠다고 하니 표를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춘천·홍천·인제=유오상 기자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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