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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이나 지도자 젤렌스키의 운명은…
푸틴의 군사작전 승인 반나절 전 러시아어로 “평화” 호소
야당은 정세 악화 책임 물어 공식 사임 촉구
美 NBC, “러 침공 시 서부 도시 리비우로 피신 논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로이터]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만일 러시아가 공격한다면, 당신은 우리의 등이 아닌 얼굴을 보게 될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로부터 전면적인 공격을 받기 몇시간 전인 23일(현지시간) 자정에 유창한 러시아어로 한 연설 중 한 대목이다.

그로부터 반나절 뒤인 24일 오전 6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실제 우크라이나에 대해 전쟁을 선포했다.

푸틴 대통령은 돈바스(동부 분리주의세력 장악지역)에서 특수작전을 승인했지만, 불과 수시간만에 동부의 우크라이나 정부군 지역과, 대통령실을 포함해 정부 주요 건물이 있는 수도 키예프를 비롯해 흑해와 아조프해 항구도시까지 전역 곳곳에서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젤렌스키는 이날 연설에서 침공 몇 시간 전에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했으나,“침묵” 소리만 들었다고 공개했다. 그는 “러시아 여러분들이 평화를 호소해야한다”고 요청했다.

그는 연설에서 “가장 작은 불꽃이 큰 전쟁의 시작이 될 수 있으며, 모든 것을 불태워버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화염이 우크라이나인을 해방시켜줄 것이라고 들었겠지만, 우크라이나인들은 자유인”이라고도 했다.

그는 또 “여러분들은 나와 우크라이나 시민을 나치로 여기는데, 사실 내 조부는 소련 보병대에서 나치에 맞서 싸웠다”고도 했다.

러시아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군의 공격을 받아 수많은 목숨을 잃었고, 나치라고 하면 치를 떠는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여러분은 우크라이나인은 러시아 문화를 싫어하고, 자신들의 고유 문화가 없다고 들었을 것이다”면서, “우리는 다르다. 그렇다고 그것이 적이 되어야하는 이유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결코 러시아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앞서 푸틴 대통령이 21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2곳의 독립국을 승인한 직후 60분간의 대국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가 볼셰비키 혁명에 의해 만들어진, 러시아와 한 뿌리 국가임을 강조한 대목에 대한 반박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같은 슬라브 민족이며, 동부에선 러시아어 사용 인구도 많이 거주한다.

DPR과 LPR은 젤렌스키 정부가 러시아어 사용을 금지하고, 자치권을 인정하지 않는 등 2015년 맺은 '민스크 평화 협정'을 먼저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러시아계 주민을 향한 대량학살, 인권 침해 등을 주장한다. 이는 푸틴 대통령이 돈바스에 대한 군사작전을 승인하는 빌미가 됐다.

러시아 스푸트니크는 최신 보도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임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탈(脫)공산화, 우크라이나화 정책에 반대하는 중도야당이 22일 돈바스 교전 등 정세 악화의 책임을 물어 대통령의 공식 사임을 촉구했다.

미국 NBC방송 최신 보도에 따르면 키예프가 침공받을 경우 젤렌스키 대통령을 폴란드 인근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우로 피신시키는 방안이 미국 정부 내에서 논의됐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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