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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軍, 친러 반군 요청에 국경 넘어…‘준전시’ 우크라 항전의지
전운 고조되는 우크라
러, DPR·LPR 지원요청 수용 진입명분 쌓아
돈바스 진입…서부지역 병력 추가배치 정황
젤렌스키, 비상사태 선포 제안…의회 승인
우크라軍 “예비군 3만6000여명 합류할 듯”
러시아 군 장갑차가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경과 접해 있는 러시아 로스토프온돈 지역의 기차역 플랫폼에 대기하고 있는 모습(위쪽)과 친(親)러시아 성향 운동가와 학생이 같은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궁전 앞에서 러시아 국기와 우크라이나에서 분리하길 원하며 세워진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국기를 흔들며 집회를 하고 있다. ‘도네츠크, 루간스크인민공화국, 우리와 함께’라고 쓴 종이를 든 이들은 DPR, LPR에 대해 러시아가 독립을 승인한 점을 환영하고 있다. [AP]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본격적인 ‘침공’에 돌입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우크라이나군 ‘침략’ 격퇴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러시아에 했고, 이를 신호로 러시아군이 즉각적으로 움직이면서다.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의 전면 침공이 임박했단 사실을 직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요청한 국가비상사태 선포안을 의회가 승인하며 결사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어느 한 쪽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양국간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는 가운데, 불씨 하나 만으로도 전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러軍, DPR·LPR 지원 요청 수용해 진입 명분 쌓아=23일(현지시간) 타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상황에서 민간인 희생과 인도적 재난을 막기 위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수장 데니스 푸쉴린과 레오니트 파세치니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 제3조와 4조에 따라 우크라이나군의 침략 격퇴를 지원해 달라고 서면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조약은 푸틴 대통령이 DPR과 LPR을 독립국으로 승인한 후 지난 21일 양측과 체결했다. 여기엔 “(양측은) 평화 위협에 맞서기 위해 모든 가능한 조처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지금 당장 군대가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로 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DPR과 LPR의 요청이 있으면 두 공화국에 군사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DPR과 LPR가 러시아에 군사 지원을 요청함에 따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돈바스 지역에 파병할 절차적 조건이 갖춰진 셈이다.

실제 러시아군은 DPR과 LPR의 요청을 기다렸다는 듯 곧장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돈바스 지역으로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추가적인 러시아 군대가 (친러 분리주의 지역인) DPR와 LPR로 진입하고 있다”며 일부 러시아군의 돈바스 지역 이동과 병력 증강 사실을 확인했다.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까운 러시아 서부 지역에 러시아군 병력 다수가 추가 배치된 정황도 속속 포착되고 있다. 미 위성업체 맥사(Maxar)는 이날 촬영한 관련 사진을 공개하면서 신규 배치된 러시아군 병력 중 상당수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10마일(약 16㎞) 이내에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북동부 주요 도시인 하르키프에서 80㎞도 떨어지지 않은 장소다.

앞서 푸틴 대통령이 DPR과 LPR의 영토를 현재 점령 중인 지역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정부가 관할 중인 도네츠크주·루간스크주 전체라고 못박은 만큼, 우크라이나 동부에 진입한 러시아군이 분리주의 세력의 공세적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경우 우크라이나군과 정면 충돌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군사적 충돌을 구실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에 나서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크라, 국가비상사태 선포…예비군 소집령 발동=우크라이나는 코앞에 닥친 러시아의 전면 침공에 대한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다.

한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 격인 우크라이나 국방안보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친러 반군이 통제 중인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를 제외한 국가 전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로 결정했다. 곧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은 24일부터 30일간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을 의회에 제안했고, 의회도 곧바로 승인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에선 검문검색이 강화되고 외출이나 야간통행이 금지되는 등 민간인의 자유로운 이동이 제한될 수 있다. 또, 출입국이 통제되고, 일부 정치활동과 파업 등도 금지될 수 있게 됐다.

올렉시 다닐로프 국방안보위원회 서기(사무총장 격)는 “비상사태 조치의 일환으로 일부 지역에 통금령이 내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우크라이나 전역이 준전시 상태에 돌입한 셈이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예비군 징집령도 발령, 러시아군의 침공에 맞설 병력 충원에도 곧바로 나섰다. AFP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지상군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18~60세 예비군이 소집된다. 소집령은 오늘 발효된다”며 “최대 복무 기간은 1년”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우크라이나 의회는 민간인들의 총기 소지와 자기방어를 위한 행위를 허용하는 법안도 통과시켰고,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러시아 체류 자국민들에게 즉각 러시아를 떠나라고 권고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가총동원령을 발령할지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면서, 필요한 경우 이 조치도 취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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