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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사] 안철수의 단일화 결렬 선언, 그 진짜 이유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지난 20일 전격적으로 단일화 결렬을 선언했다. 안 후보는 “기자회견으로 제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혔음에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뜻’이라며 제1야당의 이런저런 사람들이 끼어들어 제 단일화 제안의 진정성을 폄하하고 왜곡시켰다”고 이유를 밝혔다.

안 후보의 선언으로 야권 후보 단일화는 ‘일단’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런 상황에 무척 당황해하는 것 같다. SBS 보도에 따르면, ‘대선 직후에 있을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를 포함해 광역단체장 3곳, 수도권 기초단체장은 절반까지 공천을 보장한다’, 또 ‘합당을 통해 국민의당 대선비용도 국민의힘이 떠안는다’는 등 이야기가 양측 간에 오갔다는 것이다.

더구나 단일화 결렬을 선언하던 날 오전에 윤 후보와 안 후보는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통화에서 윤 후보는 “실무 협상을 진행할 사람을 서로 정하자”고 제안했고, 안 후보는 “생각해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러니 국민의힘에선 안 후보의 단일화 결렬 선언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안 후보는 왜 단일화 결렬을 선언했을까? 어디까지나 추론이지만 다음과 같은 진짜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안 후보가 단일화를 위해 단일화 결렬을 선언했을 수 있다. 안 후보와 국민의당으로서는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대선에서 완주해도 당선 확률이 크지 않을 뿐 아니라 정권교체에 실패하는 날엔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정치적 미래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또 지방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방선거 성적이 초라할 경우 당세는 더욱 축소되고, 안 후보의 정치적 위상 역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윤 후보가 당선되면 안 후보 본인은 ‘없어도 되는 사람’으로 치부될 가능성이 크고,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힘 위세에 눌려 제대로 힘을 쓰기 힘든 상황을 맞을 확률이 크다.

그럼에도 안 후보가 단일화 결렬을 선언한 것은 국민의힘과 협상에서 현재보다 유리한 입장을 점하기 위한 일종의 ‘벼랑 끝 전술’일 수 있다. 자신의 존재감을 더욱 끌어올려 협상에서 목소리를 키우기 위한 전술의 일환일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안 후보 측과 국민의힘 측이 그동안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는 하지만 안 후보는 윤 후보를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윤 후보 측이 여러 제안을 했다고 하더라도 과연 그런 제안들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까에 대해서 안 후보는 회의적이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안 후보가 이런 생각을 가졌다면 그 이유는 윤 후보의 당에 대한 장악력을 의심했기 때문일 것이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 당원이 된 지 1년도 채 안 되기 때문에 당에 대한 장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윤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하더라도 당내 복잡한 역학구도 속에서 안 후보 측과의 약속 이행을 위한 ‘교통정리’를 과연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인가 의문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두 가지 시나리오 중 첫 번째가 맞다면, 야권 후보 단일화는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 측은 표면적으로나마 이런 시나리오를 더 믿는 듯하다. 국민의힘은 “톱다운 방식은 충분히 가능한 것 아니냐”라며 아직도 후보 간 담판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이런 언급이 부동층의 동요를 막기 위함일 수도 있다.

두 번째 추론이 맞다고 할 때 대선은 4자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어떤 추론이 현실화되느냐에 따라 대선의 향방은 달라질 것이라는 말이다. 이번 주말이 어떤 추론이 맞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더이상 시간을 끌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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