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 증여 비중 4년새 2배↑…“비싼 지역부터 주자”
강남3구 최고 20.1%로 폭증…“‘부모찬스’ 없이 강남입성 불가” 반영
지방도 불 붙어…부산·대구·울산 경남권 약진·세종도 가세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소위 ‘부모 찬스’로 서울 아파트 입성에 성공한 자녀들이 늘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세부담을 덜기 위해 보유 대신 증여를 택하면서 ‘비싼 곳부터 넘겨주자’는 움직임이 커진 결과다. 서울, 그 중에서도 핵심 지역으로 꼽히는 강남 3구의 증여 비중이 높은 것이 이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이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토대로 아파트 및 주택 증여시장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2017년 전체 아파트 거래에서 3.7%에 불과하던 증여 비중이 2021년에는 6.7%까지 상승했다. 전국적으로 보면 아파트 증여 비중이 높았는데, 2020년 기준 전국 증여의 약 60%가 아파트에 집중됐다. 주택 증여비중도 2017년 5.1%에서 8.5%로 3.4%포인트(p) 상승했다.
이처럼 전체 거래에서 증여 비중이 높아진건 부동산 주요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여파가 컸다. 앞서 정부는 2017년 8·2 부동산 대책으로 2018년 4월부터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 양도세를 중과하기로 했었다. 그 후 다섯달뒤인 2018년 9·13 부동산 대책에선 조정대상지역의 다주택자 종부세를 강화하고, 신규 취득 임대주택에 양도세를 중과한바 있다. 세부담이 높아지면서 보유나 매매 대신 절세 차원에서 증여를 선택한 이들이 야금야금 늘었단 소리다.
강화된 규제로 증여가 늘어난 곳은 단연 중심지역인 서울이다. 서울 아파트 증여 비중은 2017년 4.5%에서 2018년 9.6%로 뛴 뒤, 2020년과 2021년 각각 14.2%, 13.3%로 늘었다. ‘서울 집값은 오늘이 최저가’라는 말이 나올만큼 아파트 값이 오르자 전체 거래에서 증여를 택한 보유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지역 내에서도 단연 강남3구(서초·송파·강남) 아파트를 증여한 비중이 높았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강남지역에 자녀 세대가 돈을 모아 입성하기 어려운만큼 부모 세대가 최우선으로 물려줬다는 얘기다.
특히 강남구의 경우 2017년 9.3%에서 2021년 20.1%로 급격히 상승, 전체 증여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집계됐다. 송파구 또한 2021년 14.2%로 2년 연속 증여비중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강남 3구의 아파트 증여 비중은 서울 전체에서 가장 높아 2021년 전체의 41.4%를 차지했다. 강동구를 포함한 강남4구로 확장하면 53.1%로 과반에 달했다.
아파트 증여가 어느정도 이뤄지면서 아파트 외 주택 증여비중도 덩달아 상승했다. 서울의 경우 2017년 아파트와 아파트 외 주택 증여 비중이 거의 유사하다가 2018년부터 아파트 증여 비중이 높아 2020년엔 67%까지 치솟았다. 이후 2021년 들어 아파트와 나머지 주택이 비슷한 비중으로 바뀌면서 아파트 증여를 마무리한 사람들이 빌라 등으로 눈길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들어 눈에 띄는 건 경남 지역이다. 2021년도 부산, 대구, 울산 등 경남권 증여가 전년도 대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1차 증여 열풍이 먼저 일어난 뒤 지방으로도 불붙은 것으로 풀이된다. 증여보다 분양권 혹은 매매 비중이 훨씬 높았던 세종시도 전체 거래에서 증여 비중이 7%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효선 부동산수석위원은 “최근 서울 강남권의 집값 상승폭이 워낙 큰데다 종부세와 양도소득세 강화로 보유하기도 팔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자녀들이 높은 집값을 감당하기 어렵고, 증여세 인상 예고도 있어 자산 승계 목적의 증여를 택하는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