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S-Oil 사상 최대 실적
국제유가 및 정제마진 고공행진
탄소중립에 경기회복 더해 수급 부족 영향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국내 정유4사(SK이노베이션·현대오일뱅크·GS칼텍스·S-Oil)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실적 부진을 씻어내고 지난해 모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현대오일뱅크, S-Oil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기까지 했다.
전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에 따라 각국이 원유 및 석유제품 생산 및 소비를 줄이려하지만 코로나19에서 경기가 회복되면서 나타난 기저효과에 수급 부족 등이 겹쳐 오히려 정유사들이 호실적을 거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정유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재고 평가이익이 발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유사들은 해외에서 원유를 수입해 정제한 뒤 석유제품으로 수출하기 때문에 원유 및 석유제품 비축분이 존재한다. 유가가 떨어지면 재고의 평가가격도 떨어져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반대로 국제유가가 오르면 평가이익이 생긴다.
지난해 국제유가는 연초 50달러대에서 같은해 10월 85달러선까지 오르는 등 약 70% 급증했다. 올 초에는 3대 국제유가 지표인 두바이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북해산브렌트유(BTI)가 90달러 선까지 올라왔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 2020년 재고 관련 손실 7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원으로 늘어났다. S-Oil은 지난해 재고 평가이익 6000억원으로 영업이익의 25%를 차지했다.
정제마진도 크게 개선됐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서 석유제품 수요가 유가 인상 폭보다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1년 전 2월 둘째주(8일~14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1.7달러였으나 지난주에는 배럴당 7.5달러를 기록했다. 통상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달러 선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늘어나는 석유제품 수요를 재고가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2년째 이어지는 데다 각국이 탄소저감 정책을 펼치면서 글로벌 정유시설 가동률이 낮은 상황이다. 특히 중국은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위해 최근 정유시설 가동률을 60% 미만으로 낮추고 있다.
올해도 유가와 정제마진 고공행진이 예상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원유 수요 전망치를 330만배럴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고유가가 지속되는데도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면 정유사들의 비용 부담이 커져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7656억원 중 석유사업 부문에서만 영업이익 1조1616억원을 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영업이익 2조189억원으로 2020년 영업손실 9192억원에 비하면 영업이익이 3조원이 늘어났다. S-Oil은 2조3064억원, 현대오일뱅크은 영업이익 1조1424억원으로 각각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