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들이 본격화 검단의 한숨

집값고점 인식·대출규제 강화 속

1만2천가구 입주에 가격 조정세

반년 새 반토막 이상 떨어진 곳도

4억→1억대…검단신도시 줄입주에 웃돈 ‘뚝’
인천 검단신도시의 모습. [헤럴드경제 DB]

입주 2년차를 맞은 인천 검단신도시 내 새 아파트가 줄이어 집들이를 시작하면서 전세뿐 아니라 매매시장에서도 ‘입주장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반년 전 최고 4억원까지 뛰었던 웃돈(프리미엄)이 반 토막 아래로 떨어졌다. 최근 집값 고점 인식과 대출규제 강화 등의 여파로 주택 매수심리가 쪼그라든 가운데 입주 물량이 풍부하다 보니 가격이 조정을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이달 입주를 시작한 검단신도시 우미린더시그니처는 현재 1억원대에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 지난해 7월 검단신도시 1호로 입주한 검단호반써밋 1차 매물에 프리미엄이 4억원까지 붙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마주 보고 있는 두 아파트는 1200가구 안팎으로 단지 규모가 비슷하고 분양가도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3억~4억원대로 크게 다르지 않다.

1268가구 규모의 우미린더시그니처는 전용면적 74㎡와 84㎡가 각각 3억5000만원, 3억9000만원 선에서 분양됐는데 현재 1억5000만~1억8000만원 정도의 프리미엄을 얹혀 거래되고 있다. 검단호반써밋 1차 전용 8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 자료상 7억8500만원에 손바뀜됐고 실거래액으로는 8억원에도 계약서를 썼다는 일선 중개현장의 설명을 고려하면 가격이 2억원 가까이 낮다.

고층 물건의 경우 2억5000만원까지도 프리미엄을 부르지만 매물이 적지 않아 저가 물건부터 소화되고 있다는 게 인근 중개업계의 전언이다. 매도가 급한 일부 집주인은 급매로 프리미엄을 1억원대 초반으로 낮춰 내놓고 있다. 다만 대부분 양도소득세를 포함한 각종 비용을 매수자가 모두 부담하는 조건의 이른바 손피(매도자 손에 들어가는 프리미엄) 물건이라 매수자 실부담액은 액면가보다는 높은 편이라는 후문이다.

서구 원당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피(프리미엄)가 1억원대부터 나와 있는데 매물 자체가 많은 건 아니지만 수요가 많지 않다 보니 작년보다 많이 내렸다”며 “그래도 급매로 나오는 물건은 바로 계약할 정도로 분위기가 나쁘지만은 않다”고 전했다.

전세의 경우 3억원대 초중반에 구할 수 있다. 물건이 워낙 많아 원하는 물건을 골라 계약할 수 있다고 현장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입주지정기간이 끝나는 4월 초까지 물량이 소화되지 않을 경우 추가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분양가 대비 2배가 넘는 가격에 손바뀜됐던 검단신도시 아파트 가격이 주춤한 것은 주택시장 전반의 분위기가 반전된 영향이 가장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장기간 집값 상승에 대한 피로감과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로 매수세는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게다가 검단신도시의 경우 올해 약 1만2000가구가 집들이를 할 예정이다. 분양 대기 물량도 올해에만 1만3500여가구로 많은 편이다. 공급이 충분해 가격 안정화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지난해 투자열풍으로 분양가 두 배까지 올랐던 가격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투자 수요가 줄면서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는 과정으로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가격이 정착하겠지만 역세권, 교육여건, 교통여건 등에 따라 단지별 가격이 차별화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