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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無레임덕’ 文, 대선판 참전… 與 “정치보복”·野 “선거개입”
文대통령 지지율, 43%… 역대 대통령 중 최고 수준
文, 윤석열 향해 “강력한 분노. 사과해야” 고강도 경고
‘문재인vs윤석열’ 프레임에 이재명 반사이득 개연성
민주 선대위 “尹 실언 선거 활용은 없다…대응은 강하게”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 뉴스통신사 교류협력체 '아태뉴스통신사기구'(OANA)의 의장사인 연합뉴스 및 세계 7대 통신사와 서면인터뷰를 한 후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판에 ‘강제소환’ 됐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 수사를 하겠다’는 발언이 ‘정치보복 예고’로 이해되며 청와대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윤 후보에 ‘사과’를 요구했다. 국민의힘 측은 ‘선거개입’이라 반발하면서도 민주당 지지층 결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곤혹스러운 것은 임기말임에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안팎이란 점이다. 대선판이 ‘문재인vs윤석열’ 구도로 흘러갈 경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文 대통령 지지율 43%=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응답률 29.7%,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 3.1%포인트)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긍정 43%, 부정 51%로 집계됐다. 최근 6개월 사이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 조사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 최하는 39%(11월 1번째주)였고, 최고는 47%(12월 5번째주)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임기 마지막 분기 지지율로는 가장 높은 지지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례적으로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회의에서 윤 후보를 향해 “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재직 때에는 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 데도 못 본 척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사정으로 만들어 내겠다는 것인가 대답해야 한다”면서 “그리고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수사의 대상·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 스타일상 ‘강력한 분노’까지 언급하며 야당 대선후보에게 사과를 촉구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 후보의 발언이 임기 종료를 앞둔 시점 정권의 정당성을 송두리째 부정한다고 보고 강경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 후보의 발언에 대해 ‘정치보복 선언’으로 규정하고 맹비난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 후보는 지난 9일 공개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전(前)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해야죠. 해야죠. (수사가) 돼야죠”라고 답했다. 윤 후보는 ‘정치 보복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는 “제가 문재인 정부 초기에 했던 것이 대통령의 지령을 받아 보복한 것이었나”라며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서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나. 거기에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지난해 말에도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며 “얼마나 많은 비리가 있기에 이렇게 무리하느냐. 과거에 어떤 정권도 겁이 나서 이런 짓을 못 했다. 여기(문재인 정부)는 겁이 없다. 대통령 임기 5년이 뭐가 대단하다고. 하는 거 보면 너무 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

▶與 의원 ‘공포 느낀다’·野 ‘文, 선거개입’ = 민주당 안팎에선 대선 20여일을 앞둔 시점에 지지율 선두인 야당의 대선 후보가 ‘적폐청산 수사를 하겠다’고 공언한 것에 대해 “공포심을 느낀다”는 반응들이 다수다. 특정 사안을 염두에 두고 ‘이 부분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발언이 아니라 지난 5년 문재인 정부 전체에 대해 ‘수사하겠다’는 발언은 곧 민주당 정부 전체에 대한 ‘특수수사’를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핵심관계자는 “적폐청산 수사를 언급한 인사가 직전 검찰총장이었다. 특수수사를 해왔고 죄가 아닌 사람을 타깃으로 수사를 벌여온 사람”이라며 “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사례도 있고 조국 수사 사례도 있었다. 실제로 ‘무섭다’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국회의원들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후보의 ‘적폐청산 수사’ 발언에 대한 사과와 철회를 요구키로 했다.

국민의힘 측은 문 대통령의 ‘분노와 사과’ 발언에 대해 선거개입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문 대통령의 반응이 나온 직후 자신의 SNS에 “정권을 막론하고 부정한 사람들에 대한 수사를 공정하게 진행했던 우리 후보가 문재인 정부도 잘못한 일이 있다면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원칙론을 이야기한 것에 대해서 청와대가 발끈했다”며 “원칙론에 급발진 하면서 야당 후보를 흠집내려는 행위는 명백한 선거개입”이라고 비판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도 구두논평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적폐 수사의 원칙을 밝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향해 사과를 요구한 것은 부당한 선거 개입으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 수석대변인은 “윤석열 후보는 평소 소신대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법과 원칙 그리고 시스템에 따른 엄정한 수사 원칙을 강조했을 뿐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사전에 정치보복이란 없다는 것을 재차 확인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8일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꿉니다'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과학기술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대선 영향은?= 선거 공학적 측면에서 볼 경우 윤 후보의 ‘문재인 수사’ 발언은 이 후보의 취약지점이었던 ‘집토끼 결집’의 효과를 기대할 계기라는 분석이 많다. 이 후보는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지지층과 호남지역 지지층으로부터 확고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날 발표된 NBS조사에서도 이 후보는 광주·전라 지역에서 57%의 지지율을 얻었는데, 역대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90%에 육박하는 압도적 지지율을 받았던 것과 대비된다. 이 후보는 또 ‘친문’으로 요약되는 문 대통령 지지층 흡수에도 아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재명 캠프가 이낙연 전 대표를 민주당 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모신 이유도 호남 지지층 규합과 친문 인사들에 대한 지지율 회복을 노린 것이란 해석이 많다. 민주당은 여기에 전북 맹주인 정세균 전 국무 총리 역시 선대위에서 본격 활동할 것이라 예고해둔 상태다. 우상호 민주당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정세균 총리도 선대위에서 활약하시게 될 것이다. 곧 만나뵐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설 연휴 이후 약 1주일여간 이재명 캠프의 최대 화두는 호남과 친문 지지층 흡수였는데, 공교롭게도 윤 후보의 ‘문재인 수사’ 발언이 겹치면서 이 후보로선 취약 지지층 지지율 제고 기회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전날 청와대의 ‘유감’ 발언에 이어 대통령의 발언으로 직접 “강력한 분노”란 표현이 사용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다 서거한 일까지 다시 회자되고 있다. 이해찬 전 대표는 “다시한번 지못미 사태는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민주당 선대위 내에선 윤 후보의 발언과 청와대의 반응을 대선에 활용한다는 인상은 주지 않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대선 판세 영향이나 선거의 유불리는 고려치 않고 있다. 중도층과 호남 지지층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것은 오래된 숙제 같은 것이다”며 “윤 후보의 발언을 선거에 활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정치보복을 예고한 것이기에 강력히 대응 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말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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