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 구도심 활로유지 묘책
대중교통 이용확대·복합기능 집중
지속가능 도시조성 등 기대효과 다양
인구·고용·산업·거주·교통 등
광범위 정책 동반한 개발 모델
지역주체 협력·커뮤니티형 활기 중요
日아오모리 실패 반면교사 삼아야
신내3단지 정면에 조성될 컴팩트시티 인공대지 상부 공원 전경. [서울시 제공] |
도시는 영원할까. 직주실현의 도시공간을 둘러싼 상황변화가 변수다. 고성장에 자원을 독점한 수도 서울만 해도 예전과 달리 인구감소가 본격화한다. 여전히 경제력 등 압도적인 승자도시는 분명하나 계속해 승승장구할지는 미지수다. 감사원의 인구정책 감사보고서를 보면 100년 후(2117년) 서울인구는 262만명까지 줄어든다. 지금의 4분의1로 줄어드는 것이다.
성북·강북·노원·영등포·관악·강동의 6개 자치구는 2047년까지 최대 40% 감소할 전망이다. 자연증감(출산·사망)과 사회이동(전출·전입)을 모두 넣은 예측치다. 주민등록과 실제거주의 차이인 ‘인구허수’의 출산율까지 넣어 정밀성이 기존 추계보다 높다고 한다. 이 정도로 인구가 줄면 압도적 승자도시로서 서울의 명성은 훼손될 확률이 높다.
이미 천만도시 서울은 사라졌다. 순유출이 반복되며 2021년 954만명까지 줄었다. 격정적인 집값폭등이 사회전출을 낳은 결과다. 덩달아 서울 풍경은 변한다. 인구천만일 때와 상황이 달라졌다. 한쪽에선 집이 부족한데, 한편에선 유휴 부동산도 늘었다.
빈집을 비롯한 상업·행정건물이 그렇다. 인구와 발길이 줄면서 공동화된 지역도 늘었다. 인구 12만명 턱걸이로 단일선거구조차 못꾸려 인근지역과 통합된 ‘중구’가 상징적이다. 한때 2명의 국회의원이 있었지만, 이젠 성동구와 통합구의 국회의원을 뽑는다. 슬럼·공동화에 대한 염려도 나오기 시작한다. 인구감소와 상권약화로 정주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 ‘컴팩트시티’에 직면한 서울= 서울은 인구규모와 성장 여력을 볼 때 절정단계를 지났다. 몸집을 키우던 청년시절에서 늙음에 직면한 성숙시점에 다가섰다. 쇠퇴범위·시간소요가 관건일 따름이다.
어느 순간부터 ‘컴팩트시티’가 서울의 쇠퇴를 늦추기 위한 방법으로 회자된다. 도시를 팽창시키지 않고 한 공간에 압축한(compact) 형태로 개발하자는 것이다. 신도시 확대로 중심시가지가 쇠퇴하자 등장한 일종의 입지적 정화 아이디어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후보들의 공약으로 나오기도 했다.
컴팩트시티는 서울뿐 아니라 광역·중소도시도 낙후된 원도심 개발모델로 자주 언급된다. 인구감소기 도시공간의 대안으로 평가받아서다. 기본적으로 컴팩트시티의 주류는 민간방식의 재건축·재개발이다. 최근까지 ‘도시재생’에 집중하던 서울시는 어느 새 고밀도 압축개발로 돌아선 분위기다. 폭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서울 주변에 신도시를 개발하고 있지만 교통혼잡과 직주이탈, 과잉개발이라는 부작용도 심화하는 상황에서 컴팩트시티는 신도시 개발의 한계와 구도심의 활로유지를 풀 묘책일 수 있다.
컴팩트시티의 원류는 1973년 수학자인 조지 단치그와 토마스 사티가 쓴 동일 제목의 책에서 비롯됐다. 두 수학자는 8층 건물·25만 인구를 수용한 가상도시를 만들어 자원의 효율적인 사용을 꿈꾸는 이상적인 공간 구성을 제안했다. 이후 전세계적으로 성장에 정체를 겪고 있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도시 계획에 영향을 미쳤다.
예를들어 한국보다 앞서 도심쇠퇴를 겪고 있는 일본은 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했다. 무분별한 교외개발과 중심부 쇠퇴를 막고자 만든 ‘중심시가지활성화법’(1998년)이 그 핵심이다. 이 법은 도심을 컴팩트화해 인구감소·도시쇠퇴·공가(空家)증가·비용압박 등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중앙정부가 적극적인데, 재정확대·규제완화·정비지원으로 사업기반을 꾸렸다.
일본 정부는 이 법이 성공하면 상당한 사회경제적 파급효과와 지역재생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이미 성공한 영국(밀레니엄빌리지), 프랑스(리브고슈), 스페인(바르셀로나), 미국(포틀렌드)의 사례도 나오던 터였다. 이 법을 통해 모범사례가 만들어 진 곳이 그 유명한 ‘롯본기힐즈’다. 기대효과는 다양했다. 대중교통 이용확대, 도시외곽 개발억제, 복합기능 집중활용, 지속가능 도시조성 등이다. 롯본기힐즈의 성공 덕분에 최근엔 기성도시의 재생차원을 넘어 지속가능한 신도시 모형으로 확대되고 있다.
컴팩트시티는 현재 서울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풀 대안으로 통한다. 도시성장이 멈춘 후, 서울은 주민유출·상권하락·세수감소 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신도시 등 서울 외곽 개발 방식은 지속적인 차량수요·도로정비·녹지개발을 요구한다. 결국 직주이탈·비용유발 등 생활품질을 악화시킨다. 지속하기 힘든 도시 개발 방식이다. 최근의 저탄소사회라는 지향과도 부딪힌다.
이젠 원도심형 도시쇠퇴의 대안으로 컴팩트시티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는 ‘인구감소→소비축소→사업축소→경기불황’의 경제적 악순환과 ‘인구감소→재정부족→기반악화→활력감소’의 재정적 딜레마를 풀 수 있는 방안이다. 도심의 한계공간을 새롭게 부가가치화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권역별 인구감소(도심·중산간) 및 인구증가(교외·신도시)의 부작용을 균형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다. 이렇게 보면 컴팩트시티는 단순한 개발모델이 아니다. 인구·고용·산업·거주·교통 등 광범위한 정책과 동반할 수밖에 없는 지속가능한 개발 모델로 봐야 한다. 도심침체·교외확장의 불균형이 낳은 성장한계를 압축·고밀도의 집약공간이 풀어낼 수 있다.
▶한계극복형 컴팩트시티의 성공조건= 물론 컴팩트시티가 무조건 진리라는 이야긴 아니다. 컴팩트시티에도 명암이 있다. 성공사례가 많지만, 실패경험은 더 많다. 가령 일본의 지방광역도시 아오모리가 반면교사로 제격이다. 2001년 시민편의·재정효율을 내세워 핵심 중핵인 아오모리역 앞에 주거·상업기능을 밀집시킨 복합(상업·공공시설)빌딩 아우가시티를 개발했다. 훗날 외부평가팀이 봤더니 상업화는 실현되지 않고 채산성도 없다고 결론냈다. 체질화된 만성적자 때문에 유지불능이란 평가까지 받았다. 아우가시티에서 민간기업의 이탈에 따른 유휴공간은 공공시설의 대체입주로 벌충했지만, 컴팩트시티를 내세운 시장은 낙선했다. 과도한 행정주도의 밀어붙이기가 만든 수요무시형 재정일변도의 한계였다. 사가(佐賀)시 중심시가지에 1998년 개업한 상업시설도 3년만에 빈 건물로 전락했다. 운영주체의 도산으로 거대빌딩은 이빨 빠진 흉물처럼 전락했다.
2012년 아키타(秋田)시 중심부에 오픈한 압축공간도 실패 사례로 꼽힌다. 비현실적인 사업계획과 채산성을 확보하지 못해 임차인은 계속 바뀌고 공실은 늘어난다. 컴팩트시티는 대규모개발이 전제된 재정사업일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손실은 결국 주민 몫으로 회귀된다.
일본 사례를 보면 중심활성화의 판단지표로 상업시설 판매액을 봤더니 전체 컴팩트시티의 82%가 목표미달·악화사례란 연구결과도 있다. 인구유입은 정체되고, 교외규제는 느슨하며, 연결교통은 부족한 곳이 상당하다는 의미다. 기대보다 성공조건이 까다롭다는 반증이다.
컴팩트시티가 성공하려면 따져볼 포인트는 한둘이 아니다. 모범사례를 분석해보면 몇몇 차별지점이 존재한다. 우선 ‘협치’ 모델이다. 도심역세권을 압축도시로 배치해 교통편의·보행친화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점에서 컴팩트시티는 교통중심에서 출발한다. 아무래도 행정주도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민간자율을 훼손하고 행정의존을 심화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때 광범위한 지역주체의 협력·조율은 필수다. 판은 관이 깔아줘도 생활주체는 시민·민간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들이 컴팩트시티를 자생적 영리추구로 전환할 때 사회·재무가치는 높아진다. 소프트웨어의 정비도 필요하다. 공간만 재구성한다고 압축도시는 아니다. 그속에서 커뮤니티형 활기회복이 중요하다. 생활·재미가 보장되는 소프트웨어가 커지도록 해야 한다. 같은 값이면 소프트웨어는 지역자원을 발굴해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지역매력을 압축공간에 집결시켜 상호교류를 확대하자는 얘기다.
인프라·하드웨어발 압축재편에 올라타 사업호흡이 짧아지면 성공하기 어렵다. 다중적인 이해관계자의 정밀하고 장기적인 참여와 화합이 있을 때 공존공영의 지속가능성도 확보된다. 컴팩트시티는 자주 거론될 수밖에 없는 핫이슈다. 도시개발·주거재편은 서울뿐 아니라 지방도시의 활로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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