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유형·82개 은어 파악
“웹크롤링 등 통해 범죄예방 도움될것”
보이스피싱 관련 이미지. [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오다집(통장·계좌를 모집하는 조직원)’, ‘콩(만원 단위)’ 등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조직에서 사용되는 은어들을 정리한 연구가 나왔다. 웹 크롤링 등 은어가 사용되는 현장을 포착할 수 있는 기법들을 활용해 보이스피싱 범죄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담겼다.
31일 경찰대에 따르면 경찰대 학술지 ‘경찰학연구’ 최신호에 게재된 문현지 서울지방병무청 특별사법경찰관과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의 김기범 교수, 박사과정을 수료한 박현민 씨의 논문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의 은어 활용실태와 수사상 활용방안’은 2020~2021년, 세 차례에 걸쳐 인터넷, 다크웹, 판결문, 수사관 등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총 82개의 보이스피싱 은어들을 파악했다. 이들 은어는 크게 ▷범죄조직 ▷범죄활동 ▷범행계좌 등 3개 유형으로 분류됐다.
우선 범죄조직 관련 은어들은 총책, 통장제공책, 자금세탁책 등 3가지 유형이 발견됐다. 총책을 가리키는 은어로는 ‘따거(사장)’부터 ‘오다집’, ‘유입책’·‘개미(이상 피해자 모집책)’, ‘레이다(현금 운반과정 감시자)’ 등이 있었다. 통장제공책과 관련해선 ‘장집(계좌 전담 조직원)’, ‘배차(통장을 가져가는 역할을 하는 조직원)’, ‘출자(현금인출책)’ 등의 은어가 쓰였다. 해외에서 환치기, 구매대행 등으로 자금을 세탁하는 세탁책은 ‘세탁집’으로 불리고 있었다.
범죄활동과 관련해선 ‘대(대환대출)’, ‘검(검찰사칭)’, ‘조(조건만남)’, ‘협(협박)’, ‘사(중고나라 물품사기)’ 등의 은어가 사용됐다. ‘콩’, ‘인민폐(중국 화폐)’ 등 화폐 단위를 부르는 은어도 있었다. 예컨대 ‘오콩’은 5만원, ‘열콩’은 10만원이라는 의미다.
범행계좌는 ‘장’으로 통용되고, ‘장주’는 대포통장 계좌주, ‘공상’은 중국공상은행 계좌를 의미했다. 피해금을 받는 계좌라는 의미의 ‘앞장’, 비트코인으로 피해금을 받거나 세탁하기 위한 ‘코인장’ 등의 은어도 있었다. ‘세차장’·‘세척장(이상 입출금 테스트 완료 범행계좌)’ 등의 말도 있었다.
논문은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이 은어를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고 사전 학습을 통해 통일된 은어 체계를 갖고 있어, 은어를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이나 인공지능(AI) 등과 연계해 보이스피싱 수사에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선 웹에서 원하는 데이터를 추출하는 웹 크롤링 기술과 보이스피싱 은어를 결합하면 인터넷에 게시된 보이스피싱 인출책 모집 광고를 탐지해 삭제,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불법자금 흐름 분석 등에 쓰이는 관계망 분석 기술을 은어에도 적용,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을 분석하고 같은 조직이 일으킨 유사사건들을 특정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
그 밖에 보이스피싱 은어는 수사관이 AI 음성 조서를 사용해 보이스피싱 피의자를 조사할 때 용어 사전으로 활용할 수 있어, 모르는 언어가 등장했을 때도 보다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논문은 제언했다.
sp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