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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장 성 접대’ 의혹 김학의, 9년 만에 무죄 마무리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연합]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이른바 '별장 성 접대 동영상' 등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이 의혹 제기 9년 만인 27일 사실상 전면 무죄로 마무리됐다.

서울고법 형사3부(박연욱 김규동 이희준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의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은 2013년 3월 김 전 차관이 법무부 차관에 내정된 직후 언론에 '별장 성 접대 동영상'이 보도되면서 불거졌다. 검찰 고위급 간부의 성범죄 의혹에 전국민적 관심이 주목됐지만, 수사는 초기부터 난항을 겪었다.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김 전 차관 체포 영장을 반려했고, 기소 의견으로 사건이 송치되자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동영상 속 여성 이모 씨가 2014년 직접 김 전 차관을 특수강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지만,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이 역시 이듬해 무혐의로 결론내렸다. 이씨는 법원에 기소 여부를 다시 따져달라며 재정신청을 냈지만,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기각됐다.

몇 년 동안 잠들어있던 사건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 4월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김 전 차관 사건을 수사 권고하며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재수사에 나선 검찰은 의혹 제기 6년여만인 2019년 6월 김 전 차관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2007년 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건설업자 윤중천 씨에게서 1억3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고, 2003년 8월부터 2011년 5월까지는 또 다른 사업가 최모 씨에게 수천만원을 수수했다는 것이 공소사실의 요지였다.

윤씨가 원주 별장 등지에서 제공했다는 13차례 성 접대 등은 액수를 산정할 수 없는 뇌물로 범죄사실에 포함됐다.

어렵게 시작된 재판에서는 반전에 반전이 거듭됐다. 1심은 공소사실에 대해 관련자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거나, 대가성 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 혐의들이 뇌물의 시점·성격에 따라 무죄와 면소로 각각 판단됐다.

특히 '별장 성 접대'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 맞는지 여부에 대한 언급이 없어 판결은 아쉬움을 안겼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최씨로부터 받은 4천300만원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에 벌금 500만원, 추징금 4천300만원을 선고하고 김 전 차관을 법정구속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재판은 10년 전의 뇌물수수에 대한 단죄에 그치지 않는다"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검사와 스폰서의 관계가 2020년인 지금 우리나라 검찰에서 더 존재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유죄의 증거로 쓰인 최씨의 진술이 검찰 조사와 1·2심 법정을 거치며 김 전 차관에게 불리하게 계속 바뀐 점에 주목, 최씨가 검찰과의 사전 면담에서 회유·압박을 받은 것이 아닌지 판단하라며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이날 서울고법은 "최씨의 진술을 신빙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성 접대 의혹과 금품 수수 등 제기된 모든 혐의가 무죄 또는 면소로 판결된 것이다.

검찰이 재상고하면 김 전 차관은 다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게 되지만, 사건이 재파기환송될 가능성은 작아 김 전 차관으로선 9년간의 수사·재판이 마무리된 셈이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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