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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혜림의 현장에서] 비정한 ‘깐부’ 넷플릭스

철학자 플라톤은 ‘친구는 모든 것을 나눈다’고 말했다. 친구 사이라면 자신의 이기심을 앞세우기보다 서로를 위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지난해 11월 한국을 찾은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은 한국을 ‘깐부(친구)’라고 언급하며 치켜세웠다. 하지만 이전에도, 이후에도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보여주는 행보는 깐부사 이라고 보기 어렵다.

넷플릭스는 ‘ISP(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지급하라’는 법원 1심 판결에 불복해 오는 3월 항소심 첫 변론기일을 앞두고 있다. ISP가 이미 이용자들에게 인터넷서비스 제공료를 받고 있는데 자신들에게도 망 사용료를 받겠다는 건 ‘이중 과금’이라는 이유에서다. “어느 나라에서도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데 한국 ISP만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것은 힘들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신규 사용자에 이어 기존 사용자의 국내 서비스구독료도 인상했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해명은 궁색한 부분이 적지 않다. 망 사용료 요구의 목소리는 국내 통신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해외에서도 지난해부터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인터넷사업자에 대한 책임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11월 유럽 주요 13개국 통신사들이 공동 성명을 통해 미국 빅테크기업들의 네트워크 투자비용 일부 부담을 주장한 것이 단적인 예다. 실제로 글로벌 네트워크 솔루션기업 샌드바인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양의 56.96%를 글로벌 주요 6개 빅테크기업이 발생시켰다. 넷플릭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9.39%로 구글, 메타(페이스북)에 이은 3위 수준이었다.

국내에서 넷플릭스가 발생시키는 트래픽도 작지 않다. SK브로드밴드 망에만 2021년 9월 기준 1200Gbps를 발생시켰다. 넷플릭스보다 트래픽이 적은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CP(콘텐츠 공급자)들이 해마다 망 사용료로 300억~700억원을 부담하고 있는 점을 상기한다면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는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국내에 상륙한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가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와 계약을 맺으며 사실상 망 사용료를 내고 있는 점도 넷플릭스의 주장을 궁색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구독료 인상도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한 것이라는 시선이 적지 않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가입자 증가 둔화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 ▷전 세계 통신사로 확산되는 네트워크비 분담 요구 목소리 등에 대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스탠다드 요금제가 이제 월 1만3500원, 프리미엄 요금제가 월 1만7000원에 이르며 소비자 부담이 가중됐다는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다.

영국의 시인 겸 평론가인 새뮤얼 존슨은 ‘신뢰 없는 우정은 있을 수 없고 언행일치 없는 신뢰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한국을 진짜 깐부로 여긴다면, 말에서 그치지 않고 보다 책임감 있는 행동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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