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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동성 버블 탄 집값…잡힐까 계속 날뛸까
사상최고 수준 솟구친 세계 주택가격
지난해 美·英 등 집값 두자릿수 상승
저금리·재택근무·낮은 주택공급 원인
모기지금리 상승곡선 가계부채 경고음
IMF “선진국, 최대 14% 하락할 것”
아직 뚜렷한 가격하락 조짐은 없어…
가계수입·공급량·주택 선호도 살펴야
‘집은 인권이다(Housing is a human right)’. 이달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건물 앞에 조명으로 쏜 시위 문구가 임대료 폭등에 갈 곳 없어진 세입자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뉴욕시는 이달 15일부로 코로나19 상황 속에 지난 2년 간 유지해 온 ‘세입자 퇴거 유예’ 조치를 만료했다. [EPA]
미국 부동산중개 앱 ''레드핀''에서 지난해 12월 구매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게티이미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發) 유동성 잔치 속에 지난해 세계 각국에서 급등한 집값이 올해는 진정될 수 있을 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외신에서 시장 전망은 엇갈린다. 미국 뿐 아니라 영국,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이 인플레이션 공포에 금리인상을 서두르면서, 주택 구매 심리가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이 우선 나온다. 이미 천정부지로 오른 집 값을 생애 첫 구매에 나서는 M세대(1980년대생)가 감당하지 못할 것이란 예측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반면 코로나19 발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빚어진 신규 주택 공급 지연, 고용 호조와 임금 상승에 따른 가계 소득의 증가 등으로 미뤄 추가 상승 여력에 무게를 두는 이들도 적지 않다.

▶매매가, 임차료까지 뜨거워도 너무 뜨거웠던 주택시장=25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미국 CNBC, 캐나다 공영방송 CBC 등 외신을 종합하면 각국의 작년 주택 시장은 지나치게 뜨거웠다.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미국의 기존주택 중위가격은 34만6900달러(약 4억1316만원)로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1년새 16.9% 급등해 1999년 이후 22년 만에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영국의 작년 12월 주택 가격은 전년동월 대비 10.4% 뛰어 2006년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캐나다부동산협회(CREA) 통계에서 캐나다의 작년 12월 주택가격지수는 역대 최고인 전년동기 대비 26.6% 올랐다. 뉴질랜드도 지난해 24% 상승률로 이에 뒤지지 않았다.

FT는 “저금리, 팬데믹(대유행)과 재택근무 확산으로 인한 주거공간 수요 급증, 적은 주택 공급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작년 3분기 세계 주택 가격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명목주택가격 지수(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을 지수화한 수치)는 2015년과 비교해 터키가 139%로 가장 크게 올랐다.

작년 3분기 통계치가 반영된 OECD 국가를 보면 아이슬란드(81%), 캐나다(62%), 미국(62%), 중국(51%), 노르웨이(36%), 호주(33%), 프랑스(26%), 스위스(25%) 등의 순으로 높았다. 한국은 작년 1분기까지 12%, 일본은 작년 2분기까지 14% 각각 상승해 소득 대비 집 값은 온건한 편에 속했다. OECD 평균은 작년 2분기 기준 43%였다.

작년에는 전세계 주택 임대(월세) 시장에도 광풍이 불었다. 세계 경제의 심장부 뉴욕 맨해튼의 작년 12월 주택 임대료는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부동산중개회사 더글러스엘리먼 집계 결과 맨해튼 아파트의 월 평균 임대료는 4440달러(530만원), 맨해튼 지역 평균 임대료는 3392달러(404만원)로 26% 뛰었다. 임대 주택 공급이 1년 새 무려 81% 급감하면서, 2020년 11%에 달했던 공실률은 1.7%까지 떨어졌다. 월세 대란 속에 뉴욕, 독일 베를린, 터키 이즈미르 등 곳곳에서 임대료 상승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기도 했다.

▶모기지 금리 올랐다…주택 시장 파티는 끝났나=새해 들어 가장 눈여겨 볼 가장 큰 변수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다. 미국 모기지 금리는 연방준비제도(Fed)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 미국 모기지뉴스데일리에 따르면 지난 18일 미국의 30년 고정금리는 3.7%를 기록,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4월 이후 최고로 올랐다. 이는 작년 1월 2.65%에서 1%포인트 가량 오른 것이다. CNBC에 따르면 이는 미국의 기존주택 중위 가격인 35만달러(4억 2000만원)의 집 구매에 몇 개월 전보다 월 125달러(15만원)을 더 지불해야한다는 의미다.

여러 곳에서 가계 부채 경고음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주택 가격의 하방 리스크가 상당하다”고 경고했다. IMF는 만일 가격 하락이 현실화한다면, 선진국에서 가격은 최대 14%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도 “집 값은 현 수준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며 투기적 수요를 겨눴다. 실제 영국에선 모기지 대출 수요가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최신 보고서에서 작년 4분기 모기지 대출 수요는 감소했으며, 올해 1분기에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작년 12월 기존주택 매매 건수도 직전월 대비 4.6%, 전년 동월 대비 7.1% 각각 감소하며 수요자의 움츠러든 심리를 드러냈다.

▶그래도 또 오른다?… “세 가지를 눈 여겨 봐라”=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뚜렷한 가격 하락 조짐은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게 외신들의 평가다. 실제 뉴질랜드는 중앙은행이 작년 10월 이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지만, 주택 가격은 강보합이며, 체코공화국에서도 작년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여러 차례 단행했지만 집 값 상승은 멈추지 않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하버드대 경제학자 가브리엘 초도로 라이히의 최근 논문을 지적, “가격 거품은 근본적인 경제 전환의 산물”이라고 짚었다. 이 논문은 2000년대 중반까지 미국에서 주택 가격을 끌어올린 건 도시화, 임금 상승, 고등교육 노동자들의 도시 선호 현상이 맞물린 근본적인 경제 구조 변화에서 비롯됐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2022년 상황에 대입해 견조한 가계 수입, 제한적인 주택 공급, 주택 선호도 등 3가지를 주목하라고 제시했다.

먼저 구매자의 기초체력이다. 2007~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은 모기지를 받을 수 있는 신용점수를 최저 750까지 높이고, 유럽도 모기지 신청에 필요한 신용기준을 보다 까다롭게 했다. 과거와 달리 소득이 받쳐주는 사람만 집을 살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이들은 금리 인상에도 덜 민감할 것으로 보인다. 때로 주택 구매자가 대출을 갚지 못하면 금융권이 담보권을 가동, 경매에 붙이면 인근 지역 시세는 내려간다. 그런데 미국에서 담보대출 상환액은 가처분 소득의 3.7%를 차지, 사상 최저 수준이다. 금리인상이 임박할 때 똑똑한 소비자들은 변동 금리 대신 고정 금리를 선택했다. 독일에선 장기 고정금리 상품 신청이 10년 전보다 2배 가량 늘었다. UK파이낸스에 따르면 영국에선 신규 모기지 신청자는 거의 대부분 5년 고정금리다. 모기지 대출자의 4분의 3은 영란은행 금리 인상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두번째 근본 요인은 주택 선호도의 변화다.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문화가 확산하면서, 직장인은 더 크고 쾌적한 공간을 선호하게 됐다는 논리다. 실제 영란은행 분석 결과 팬데믹 기간 중 단독주택 모기지 신청은 늘었지만, 아파트 관련 모기지 신청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상승론을 떠받치는 가장 큰 기둥은 시장의 공급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선진국의 주택 건설은 1960년대 중반 수준의 절반까지 떨어졌다”며 “주택 수요는 늘고, 신규 주택 공급이 줄면서 집 값은 더욱 비탄력적으로 됐다”고 지적했다.

팬데믹이 공급 부족을 더욱 부추겼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2분기 이탈리아 주택건설은 25% 가량 감소했고, 영국에선 절반 가량 급감했다. 건설 인력난이 한 몫 했다. 공급망 차질로 건자재 부족으로 완공도 지연됐다. 시멘트, 구리, 고무, 철강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용도 올랐다. 앞으로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될 소지가 커 보인다.

한지숙 기자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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