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설 명절을 기념해 아이폰13으로 찍은 단편영화 ‘권토중래(Comeback)’를 21일 자사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 이 영화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국가들을 무시한‘ Chinese New Year’이라는 표현을 써 논란이 되고 있다. [유튜브 ‘Apple’ ] |
[헤럴드경제 김현일 기자] “애플 아이폰, 중국 찬양 이렇게 하니… 삼성 설자리가 없다?”
애플이 아시아권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두고 21일 자사 유튜브 채널에 23분짜리 단편영화를 공개하면서 제목에 중국 설을 뜻하는 ‘Chinese New Year’이라는 표현을 써 논란이 되고 있다. 설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이 아닌 중국 명절로 인식하게 하는 중국주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비판까지 받고 있다.
애플 아이폰은 최근 중국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애국 소비’ 성향이 강한 중국인을 겨냥, 비위 맞추기에 열을 내고 있다. 반면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는 중국서 홀대받고 있다. 애플과 현지 업체들에 밀려, 중국에서 외면 받으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인 ‘아이폰13 Pro’로 촬영된 이 영화는 중국 영화감독 장멍이 연출하고, 현지 배우들이 출연했다. 스턴트 배우로 활동하던 아들이 영화 촬영 중 부상을 입고 낙심한 채 아버지가 있는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들은 “황량한 마을을 널리 알릴 영화를 만들어 달라”는 아버지의 요구에 못 이겨 아이폰13 Pro로 영화 제작에 나선다. 대다수가 도시로 떠나고 몇 가구 안 남은 초라한 마을에서 아들은 이웃들과 우스꽝스러운 SF 영화를 찍으며 다시금 고향의 의미를 되새긴다.
애플은 아시아의 설 명절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대다수가 공감하는 ‘가족’과 ‘고향’이라는 소재를 활용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로지 중국만을 겨냥한 영상임을 알 수 있다. 유튜브에 올린 영상의 제목부터 ‘Chinese New Year’를 기념하는 단편영화라고 밝히고 있다.
애플은 설 명절을 기념해 아이폰13 Pro로 찍은 단편영화 ‘권토중래(Comeback)’를 21일 자사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 [유튜브 ‘Apple’ ] |
그동안 ‘Chinese New Year’란 표현은 국제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됐다.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과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도 똑같이 음력 설을 쇠는데 이를 무시하고 중국 고유의 명절인 것처럼 잘못 알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구글의 경우 검색창에 ‘Lunar New Year(음력 설)’을 입력하면 ‘Chinese New Year(중국 설)’로 나왔는데 국내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의 항의를 받고 지난해부터 바로잡았다.
지난 2017년 오케스트라 뉴욕 필하모닉과 미국 뉴저지 공립도서관, 미국프로농구협회(NBA) 등도 ‘Chinese New Year’이라고 표기해 미국 내 아시아인들로부터 크게 항의를 받기도 했다. 호주 시드니는 이를 반영해 설 축제 이름을 ‘Chinese New Year Festival’에서 ‘Lunar New Year Festival’로 변경했다.
그러나 애플은 여전히 ‘Chinese New Year’이란 표현을 고집하고 있다. 2018년부터 매년 설 명절을 맞아 애플이 공개한 영상에는 ‘중국 설’이란 표현이 빠지지 않는다. 이는 중국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는 애플의 마케팅 전략 일환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설 명절을 기념해 아이폰13 Pro로 찍은 단편영화 ‘권토중래(Comeback)’를 21일 자사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 [유튜브 ‘Apple’ ] |
중국인들 역시 ‘Lunar New Year(음력 설)’이란 표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18년 중국 슈퍼모델이 SNS에 음력 설이라고 썼다가 중국 네티즌들로부터 ‘한국과 베트남의 환심을 사려는 것이냐’며 뭇매를 맞았다.
임기 내내 중국과 대립각을 세웠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 새해 인사를 하면서 ‘Lunar New Year(음력 설)’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한편 애플 아이폰은 스마트폰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를 제치고, 전세계 스마트폰 1위를 차지했다.
joz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