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업계 이해와 전문성, 업계 대변한 당국과의 소통이 강점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차기 저축은행중앙회장직을 놓고 오화경 하나저축은행 대표와 이해선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이 맞붙는다. 풍부한 현장 경험을 내세우고 있는 민(오화경 대표) 대 금융정책의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는 관(이해선 전 원장) 2파전이다. 이에 그동안 사실상 관 출신이 독식해온 저축은행중앙회장 선거 판도가 바뀔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 20일 박재식 회장의 임기가 끝남에 따라 이날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하고 공식 선거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당초 중앙회장 후보로 4~5명이 하마평에 올랐으나 민간에서는 오화경 하나저축은행 대표가, 관 출신으로는 이해선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오화경 하나저축은행 대표이사(왼쪽), 이해선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
오화경 대표는 증권사(유진투자증권)와 외국계 금융사(HSBC)를 거쳐 아주저축은행, 아주캐피탈 대표를 맡은 뒤, 2018년 3월부터 하나저축은행를 이끌고 있는 업계 출신이다. 그만큼 저축은행 업권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 전 위원장은 행정고시 29회로 입직해 금융감독위원회 은행감독과장, 금융위원회 은행과장, 중소서민금융정책관 등을 거쳐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을 지냈다. 업계 현안을 대변해 금융당국과의 소통에 강점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 오너 체제의 영세한 지역 회원사들은 업계 현안을 정책에 반영하도록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관 출신이 유리하다고 보는 경향이 강했다. 역대 18명의 중앙회장 중 이순우 회장을 제외하고 모두 관 출신이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정책, 규제에 따라 업계 생태계가 좌우되는 만큼 관 출신 회장을 선호해 온 셈이다.
그러나 최근 저축은행 업계에서도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 일부 회원사들은 약 5억원의 연봉을 받으며 재임했던 관 출신 전임 회장들이 특별한 성과를 낸 것이 없고, 업계를 담당했던 경력이 있더라도 현직에 있는 업계 출신 후보가 시장 목소리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민관 대결 구도로 진행됐던 직전 선거에서도 2차 투표까지 간 바 있다.
차기 중앙회장은 결실을 못 보고 있는 예보료 인하 추진과 수도권·지역간 양극화에 따른 인수합병 규제 완화, 디지털 전환 강화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어느 후보가 현안에 대해 회원사들에게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설득하느냐에 따라 선거 향배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 전 원장은 이와 관련 “당국과의 긴밀한 의사소통, 은행·보험 등 다른 업권과의 이해관계 조율 등이 중요한 만큼 정책을 다뤄본 경험과 네트워크가 풍부한 중앙회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대표는 “당국과 국회 출신 전문가로 자문그룹을 구성해 이들이 짜낸 탄탄한 규제완화 논리를 바탕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중앙회장 개인기로 대관(對官)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했다.
한편 저축은행중앙회장 선거 일정은 이날 공고를 시작으로 2월 4일까지 후보 등록을 마치고, 17일 임시총회에서 전국 79개 저축은행이 1사1표 투표로 차기 회장을 선출하게 된다.
th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