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주택가 도로에 뿌려진 채 남아 있는 염화칼슘. 김상수 기자 |
지난 18일 마포구 주택가 일대. 골목마다 녹지 않은 염화칼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차가 오가는 도로는 염화칼슘이 뭉개져 ‘소금길’화돼 있고, 차량 이동이 적은 이면도로 등엔 아예 멀쩡한 형태의 염화칼슘 덩어리들이 햇볕 아래 퍼져 있었다.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주택가 골목길마다 녹지 않은 염화칼슘이 남아 있다. 김상수 기자 |
주택가에선 아예 버젓이 대문 앞으로 염화칼슘 포대를 옮겨놓은 집도 심심치 않게 발견됐다. 일종의 동계 준비 격이다. ‘가져가지 마라’는 안내문구가 무색하게 겨울이 되면 염화칼슘 쟁탈전이 벌어진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눈 예보만 있으면 제설함 관리가 특히 어렵다. 주민센터에 와서 염화칼슘이 왜 없느냐고 항의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서울시 건축물관리자의 제설·제빙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주 출입구나 대지 경계선으로부터 1m 구간의 도로까지는 눈을 치워야 한다. 내 집 앞, 가게 앞 눈은 당사자가 치워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방법까진 규정이 없다. 빗자루를 들고 쓸어도, 염화칼슘을 뿌려도 되니 주택가에서도 손쉽게 염화칼슘을 택하는 현실이다. 겨울철만 되면 주택가마다 ‘제설함 전쟁’이 벌어지는 이유다. 그리고 불과 0.8㎝의 적설량에도 골목길마다 염화칼슘이 잔뜩 뿌려져 있는 이유다.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주택가 골목길마다 녹지 않은 염화칼슘이 남아 있다. 김상수 기자 |
염화칼슘은 제설에 효과적인 수단이지만 과용될 때의 피해는 적지 않다. 도로 자동차 하부를 부식시키는 사례는 이미 널리 알려졌으며, 염화칼슘 내 염소 성분이 아스팔트를 부식시키기도 한다.
최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염화칼슘 등이 도로에서 녹은 뒤 토양이나 호수, 하천 등으로 유입해 생태계를 위협하고 저수지를 오염시킨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빌 힌츠 미국 털리도대 환경과학 부교수는 “담수 생태계의 염분 농도를 상승시켜 담수 생물 번식력 감소 등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국제 학술지 ‘환경과학기술’에는 뉴욕의 가정용 식수시설 중 24%가 도로에 뿌려진 염화물로 오염됐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산림청 산림과학원에서도 염화칼슘이 토양을 알칼리화해 3월부터 가로수 잎에 급속한 탈수 현상이 벌어진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행정안전부 자료] |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염화칼슘 사용량은 2018~2019년과 2019~20202년 각각 6만3451t, 6만1560t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15만7864t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유례 없던 폭설의 여파다. 올해는 그보다 더 많은 16만9681t을 확보했다.
사고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염화칼슘 사용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만 부작용을 고려해 최대한 사용을 자제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방자치단체별로 비염화물계를 사용하는 친환경 제설제 비중을 늘리거나 염화칼슘 사용량을 줄이는 습윤식 제설 방식을 도입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폭설이 오거나 경사로 사고 위험이 있는 도로 등에만 염화칼슘을 사용하겠다는 의식 전환도 필요하다. 불편하더라도 염화칼슘 대신 빗자루를 드는 일. 운동도 되고 이웃과 인사도 나눌 수 있는, 환경까지 아끼는 ‘일석삼조’ 실천 방안이다.
dlc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