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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 있고, 게임 같은 …유례없는 G·A·M·E 대선
대선 D-50, 키워드4 전쟁

‘게임’의 대선이다.

게임정책이 이처럼 주목받는 선거는 전에 없었다. 여론조사업체가 난립해 마치 게임 중계하듯 지지율 변화를 거의 실시간처럼 보여주는 대선도 처음이다.

우리 사회에서 젠더 갈등, 세대별 정치 성향의 차이가 지금처럼 폭발적으로 드러난 것도 유례가 없다. 작은 공약, 짧은 정책, 단 한 장의 사진, 몇십초의 동영상은 선거운동의 핵심이 됐다. 후보별 지지율 우열이 하루가 멀다고 바뀌는 선거판세 속에서도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가장 많은 유권자가 차기 정부의 최우선과제로 ‘부동산(real Estate)’을 꼽았다. 18일로 꼭 50일 앞으로 다가온 제20대 대통령선거의 특징은 ‘젠더(Gender)·세대(Age)·밈(Meme)·부동산(Estate)’ 네 단어로 압축된다. 영어 첫 글자만 따면 ‘G·A·M·E’이다.

▶게임 있고, 게임 같은=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12월 게임 분야 인기 유튜브 채널인 ‘김성회의 G식백과’에 출연했다. 뒤이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나왔다. ▶관련기사 5·6·31면

이 채널은 ‘게이머도 유권자다’ ‘헌정사상 최초 대선 게임토크’라는 타이틀로 후보들을 맞았다. 게이머들은 “대선후보가 게임만으로 1시간 이상 이야기를 나누다니 가슴이 웅장해진다”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 전열을 가다듬고 본격적인 20·30대 행보를 보여준 것도 게임 분야를 통해서였다. 갈등을 이어가다가 극적 화해에 성공한 윤 후보와 이준석 당대표는 지난 12일 나란히 온라인게임 ‘리그오브레전드’ 대회 개막전에 참석했다.

선거 민심 변화의 바로미터가 되는 여론조사는 후보들의 선전과 실수가 득·실점처럼 실시간 반영되는 ‘게임 중계’와 비슷해졌다. 여론조사업체와 건수가 급증하면서 거의 매일같이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론조사심의위)에 따르면 18일까지 대선 관련 여론조사 실시 횟수는 863건이다. 이는 지난 2017년 대선(19대) 때 실시된 여론조사 594건을 이미 넘어섰다.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된 여론조사기관은 2017년 27곳에서 2020년 말 79곳으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젠더와 세대 갈등의 폭발=젠더 이슈가 대선판의 ‘뇌관’으로 부상한 것은 윤 후보가 새해 들어 ‘여성가족부 폐지’를 대선공약으로 내걸면서다. 20·30대가 이번 대선의 당락을 가를 세대로 부상하자 윤 후보가 ‘하이리스크·하이리턴’ 정책에 다걸기를 한 셈이다. 애초 윤 후보는 여가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한다는 것이었으나 이를 뒤집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여가부 공약은 ‘성평등가족부’로 명칭을 바꾸고 기능을 일부 조정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상태다.

연령별 지지 후보가 뚜렷이 갈리는 것 역시 이번 대선만의 특이점이다. 과거엔 젊은 층에서는 민주당 지지 성향이, 고연령층에선 국민의힘 등 보수정당 지지 성향이 뚜렷했다. 2017년 대선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올해 대선은 20·30대 젊은 층이 국민의힘을 지지하고, 40대와 50대가 민주당 지지, 60대 이상에선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하다. 나이가 많고 적음에 따라 진보와 보수로 구분돼온 기존의 정치문법을 비켜 난 대선이 이번 대선인 셈이다.

▶밈과 부동산 이슈=대선후보들이 짧은 영상에 등장해 재미있는 말과 행동으로 주목도를 높이는 ‘밈(Meme)’ 형식의 정책발표를 선보이는 것도 이번 대선의 특징이다.

이 후보는 소위 ‘탈모 공약’이 온라인상에서 반향이 일자 대선공약으로 확정 지었다. 이 후보는 공약 흥행에 맞춰 “이재명을 뽑는다고요? 이재명은 심는 겁니다”라 말하는 짧은 영상을 만들어 올렸다. 이 영상은 해외 언론에서도 화제가 크게 될 만큼 반향이 컸다.

윤 후보 역시 선대본부 개편 이후 메시지를 간결화해 주목받고 있다. 윤 후보는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 등 간단명료한 한 줄 문장으로 공약을 발표한다.

젠더·세대 갈등이 전면화됐지만 남녀노소 불문하고 차기 정부 과제로는 부동산이 첫손가락에 꼽힌다. 문재인 정부에서의 부동산 가격폭등으로 인한 분노한 민심이 큰 배경이다. 여기에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개발한 ‘대장동 사업’ 특혜 논란과 윤 후보 처가가 ‘양평지구’ 개발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부동산정책은 이번 대선의 모든 정책을 집어삼킬 초대형 어젠다로 급부상한 상태다.

홍석희 기자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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