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자산가격 하락→경기 침체 악순환”
“가계부채, 자영업자, 비은행 위험 관리 필요”
[사진=고승범 금융위원장][연합] |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경제·금융 전문가들이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만나 올해 세계 경제 위험 요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금리 인상으로 촉발된 자산 가격 조정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고 위원장은 13일 서울 중구 은행엽합회에서 올해 국내외 경제·금융시장의 다양한 위험 요인들을 살펴보고 대응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전문가 8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고 위원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중국 경기 둔화, 미중 갈등 등을 언급하며 “멀리 있던 ‘회색코뿔소’(지속적 경고를 통해 사전에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사람들이 대응을 소홀히 해 빠지게 되는 위험)가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가장 중점을 두는 아젠다는 “금융안정”이라며 “가계부채와 함께 자영업자와 금융권발(發) 리스크 관리까지 넓혀서 앞으로의 상황변화가 가져올 충격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를 내놓았다.
한상춘 미래에셋증권 부사장은 “위험관리 측면에서 2022년 키워드는 ‘초불확실성’으로 이전의 ‘불확실성’ 시대보다 변동성이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국제질서 측면에서 종전 규범이 희석되며 국제기구의 위상이 감소하고, 미중갈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 경제 측면에서도 “글로벌 긴축기조가 가속화되면서 충격도 현실화할 것”이라며 “한국은 가계부채의 규모와 질이 취약하므로 금리 인상에 따른 부채발(發) 리스크 전이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도 미국 국채의 실질금리가 지난해 11월 사상 최저치인 -5.25%를 기록한 점을 언급하며, “장기적으로 실질 국내총생산(GDP)와 유사하게 유지되는 실질금리가 하락하는 것은 경제주체들이 경기위축을 예상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주식 투자 비중이 높은 미국은 자산가격 급락으로 인한 경기침체 악순환 가능성이 높고, 한국도 지난해 4월부터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상태로 지속되고 있어 향후 침체로 인한 시장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재영 국제금융센터 원장 역시 “미국의 긴축에 따른 신흥국의 긴축발작이 세계경제의 새로운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내 금융사의 위험 관리에 대한 당부도 잇달았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자영업자 대출 리스크가 누적되고 있고, 비(非)은행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대출 등이 증가해 경기변동시 잠재리스크가 확대됐다”라며 이에 대한 지원책 마련과 감독 강화를 주문했다. 서용수 키움증권 이사도 “부동산 시장 조정이 금융부실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사의 충당금 적립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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