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탈모공약’으로 인기몰이다. 건강보험 적용을 못받던 탈모치료비를 건보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 공약 내용이다. 관련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링컨이 와도 이재명’, ‘나의 머리를 위해, 이재명’ 등 이 후보 지지글이 쇄도했다. 공약을 발굴한 민주당 청년선거대책위원회는 5일 오후 아예 기자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빠른 반응에 더 빠른 대응이다. 탈모인이든, 아니든 이번 일에 우리가 내 일처럼 흐뭇한 웃음을 짓는 이유는 정치로 인해 ‘내 삶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킨 사건이기 때문이다. ‘표퓰리즘’논란에도 일단 민주당 제대로 ‘한건’했다.
지난 2020년 기준 한국의 탈모 질환자는 23만명을 헤아린다. 연령별로는 30대가 가장 많은 5만2000여명(22.2%)으로 가장 많다. 숫자는 해마다 증가 추세인데 2016년 21만명에서 2019년에는 23만명으로 늘어났다. 연간 탈모질환자 증가 수는 2.4%에 이른다. 진료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2020년 기준 탈모환자들의 진료비 총액은 387억원에 이른다. 탈모는 특히 결혼을 앞둔 청년세대에겐 자존감의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탈모 없는 사람은 그 심정을 모른다”는 주장은 탈모가 초래하는 자존감 하락의 심각성을 표현한다.
이 후보는 ‘참여형 공약’ 만들기에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 ‘이재명 플러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유권자 스스로 공약을 만들어 해당 앱에 게재해 채택이 될 경우 이 후보가 직접 해당 공약을 자신의 대선 공약으로 삼는다는 복안이다. 이 앱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등 무거운 주제부터 국산 항체치료제를 코로나19 치료에 적극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들까지 다양한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21일까지 소확행 공약 제안을 받아 정책 아이디어를 1월 마지막 주에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선거대책위원회 논란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 역시 ‘공약위키’ 누리집을 운영하면서 국민공약 제안을 받고 있다. 공약위키는 ‘공약 제안→ 실시간 댓글 작성→ 공약 발표’로 이뤄지는데 유권자들이 공약을 내고 갑론을박 과정에서 공약이 수정·보완되게 된다. 새해부터 가동되기 시작한 공약위키에는 부동산 정상화 등이 안건으로 올라와 있다. 윤 후보는 생활밀착형 공약으로 이미 ‘택시기사 보호 칸막이 설치 지원’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한국 국민이 정치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그 관심이 세상을 바꾸는 동력이 된다는 점을 역사를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우리는 4·19로 부정한 선거를 한 대통령을 쫓아냈던 경험이 있고, 6·10으로 군부가 가져간 권력을 국민이 되돌려받는 짜릿한 경험도 해봤으며, 촛불을 들어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대통령을 바꿨던 경험도 있다. 변화의 변곡점엔 항상 국민이 있었다. 여기에 더해 ‘탈모 공약’과 같은 내 삶을 바꾸는 공약은 더 많은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하는 동력이 된다.
좋은 공약은 국민을 춤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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