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美 이어 유럽까지…친환경 주류로 바뀌는 글로벌 원전정책
EU 집행위, 원전 환경·기후 친화적인 ‘녹색’으로 분류한 초안 회원국 배포
외신 “親원전 대표국 佛의 승리”…獨·오스트리아·룩셈부르크 등 반발
美日, SMR 개발 위해 힘 합쳐…“中·러 기술 추격, 원전 활로 개척”
韓, K-택소노미서 원전 제외…EU 결정에 재검토 불가피 전망
프랑스 서부 시보에 위치한 원자력 발전소의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유럽연합(EU)이 원자력 발전을 녹색 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에 포함하기로 했다. 글로벌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이고 안정적이고 싸게 대량의 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원전밖에 없다는 현실적 이유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도 새해부터 차세대 고속 원자로(고속로) 개발을 위해 힘을 합치는 등 원전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주요국의 이런 움직임에도 한국은 정부가 나서 녹색 분류체계에서 원전을 제외했다. 이로 인해 국내에선 스스로 원전 생태계 약화를 초래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갈 수록 커지고 있다.

▶EU “원전은 녹색 산업”=2일(현지시간) 로이터·AFP·dpa 통신 등에 따르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원전에 대한 투자를 환경·기후 친화적인 ‘녹색’으로 분류하기로 한 내용을 담은 초안을 지난달 31일 27개 회원국에 배포했다.

원전과 함께 천연가스도 ‘과도기적’이라는 근거에서 녹색으로 분류될 전망이다. 완전히 지속가능하진 않지만, 배출가스가 산업 평균 미만이어서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는 동안 오염 자산에서 전환하지 못하는 상태를 불러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유럽핵소사이어티(ENS) 자료]

외신들은 이번 결정을 “프랑스의 승리”라고 표현했다. EU 내 친(親) 원전 세력의 중심국 역할을 해온 프랑스가 올해 상반기 EU 순환 의장국으로서 초안 공개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전 확대를 오는 4월 예정된 대선의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으로선 정치적 성과까지 거둔 셈이 됐다.

EU 내부 반발도 곧장 터져나왔다. 레오노레 게베슬러 오스트리아 환경부 장관은 트위터에 “EU의 계획이 그대로 시행되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했고, 클로드 튀름 룩셈부크르 에너지부 장관도 “도발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번 결정으로 가장 큰 정치적 상처를 입은 국가는 EU 내 반(反) 원전 대표국인 독일이다.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원전을 둘러싼 EU 내 헤게모니 싸움에서 독일이 프랑스에 밀렸다”며 “임기 초반인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EU 내 평화를 선택할 지, 반원전 기류가 거센 대내적 정치 입지를 고려해 강력히 반발할지 관심사”라고 평가했다.

EU 집행위의 제안 초안에 대해서는 회원국과 전문가 위원단이 면밀한 검토를 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변경될 수도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최종안은 이달 중순께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EU 회원국이나 유럽의회는 다수결로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만약 다수 회원국이 지지하면우 EU법이 돼 2023년 발효한다.

일각에선 EU 회원국 중 친원전 국가의 수가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큰 변수가 없는 한 원전이 녹색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美日은 SMR 개발 동맹 강화=유럽 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도 원전 시장으로 빠르게 돌아오는 추세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의 1일 보도에 따르면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와 미쓰비시중공업은 이르면 이달 중 차세대 고속로 개발에 관한 협력 합의서를 미국 측과 교환할 예정이다.

미국의 차세대 고속로 개발 사업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세운 벤처 기업인 테라파워와 미국 에너지부가 공동으로 이끌고 있다. 출력이 34만5000킬로와트(kW)급 고속로인 소형모듈원전(SMR)을 미 서부 와이오밍주에 지어 2028년 운전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때 탈원전 바람이 불었던 미국에서도 최근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현실적 방안으로 SMR이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고속로 분야에서만큼은 중국과 러시아에 뒤처지는 것으로 평가되는 미국으로선 원전 기술 강국인 일본과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요미우리는 이번 미일 양국의 협력에 대해 “기후변화 대응과 장래 원전 시장에서 앞서가려는 미국과 고속로 개발의 발판을 잃은 채 새로운 활로를 찾던 일본의 이해가 일치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韓 탈원전에 급제동 불가피=전 세계적인 움직임에 한국의 행보에도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환경부는 그동안 EU가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을 K-택소노미에서 원전을 제외하는 주요 근거 중 하나로 내세워왔으나 실제 EU가 마련한 초안에는 원전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독일 그론데에 위치한 원자력 발전소 냉각탑의 모습. [AP]

환경부도 K-택소노미에 대한 최종안을 발표하면서 “EU 등의 동향을 참조해 원전의 녹색분류체계 포함 여부를 계속 검토하겠다”고 말한 만큼 재검토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산업계를 중심으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도 원전을 포함하자는 주장이 다시 거세질 전망이다. 녹색분류체계에 속한 경제활동에 ‘친환경 투자금’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원전업계는 원전이 ‘초저탄소 에너지원’이라며 녹색분류체계에 넣아야 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자료를 인용해 원전 전주기(全週期·건설부터 폐기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생산전력 1kWh당 12g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로, 태양광(27~28gCO2eq)보다 적고 풍력(11~12gCO2eq)과 비슷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반면, 이에 반대하는 쪽은 온실가스 배출이 덜한 것과 무관하게 다른 방식으로 환경을 파괴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넣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환경부는 이번에 마련한 녹색분류체계를 1년간 시범 운영한 뒤 한 차례 개정하고 다시 2~3년 운영한 뒤 재차 개정할 방침이다.

realbighead@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