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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사찰 논란 확산, ‘수사 편의’ 관행 타파할 제도 개선해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전방위적인 통신자료 조회로 촉발된 사찰 논란이 확산일로다. 이번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부인 김건희 씨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문제가 됐다. 국민의힘 전체 의원 105명 중 78명 역시 같은 일을 당했다고 한다. 앞서 20개 넘는 언론사의 140명 이상 기자가 통신자료 조회를 당했고, 교수, 시민단체 관계자도 대거 포함됐다. 반면 여권 인사들이 통신 조회 대상이 됐다는 얘기는 많지 않다. 인권 침해 논란을 불러올 게 자명한데 공수처가 왜 이리 무리수를 두는지 많은 국민이 의아해한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30일 국회로 소환된 이유다.

공수처는 윤 후보가 ‘고발 사주’ 의혹 등 4개 사건에서 피고발인으로 입건돼 있는 만큼 수사 과정에서 통신자료를 조회하는 것은 적법하다는 입장이다. 고발 사주 의혹의 경우 윤 후보와 손준성 검사, 김웅 의원 등이 피의자로 입건돼 있다. 이들과 연락했던 사람들의 통신자료를 조회하면 정치인이나 언론인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공수처는 법원 영장을 받아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참여자들의 인적 사항까지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자료 조회 대상자가 급증한 이유다. 위법은 아니라지만 인권친화적 수사기관을 천명하며 출범한 공수처가 검찰의 먼지털기 수사 방식 등 기존 구태를 따라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통신자료는 통신 서비스 가입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을 말한다. 영장도 없이 수사기관이 통신사에 공문만 보내면 확보할 수 있다 보니 무분별하게 수집해온 게 모든 수사기관의 관행이지만 이번엔 그 대상이나 시기가 민감하다 보니 논란이 커졌다. 올해 상반기 수사기관별 통신자료 조회 건수는 검찰 59만여건, 경찰 187만여건에 이른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한 2019년 하반기부터 2020년까지 1년 반 동안 검찰이 조회한 통신자료도 282만여건이나 된다. 참여연대의 지난 27일 성명대로, 통신자료 조회는 “위헌적임에도 수사기관들이 일상적으로 자행해온” 관행인 것이다. 윤 후보가 이제와서 “게슈타포나 할 일”이라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번 논란은 정부의 공권력과 국민의 통신 비밀 자유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발생한 것이다. 통신자료가 단순 인적 사항 조회에 불과하더라도, 악용할 소지가 큰 만큼 낡은 수사 관행을 바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국회에는 통신자료 제공 사실을 가입자가 따로 확인하기 전에 통신사가 의무 통보하도록 하는 법안이 제출돼 있다. 여야가 이참에 통신 조회 남용을 방지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합의 처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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