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올해의 끝자락이 목전이나 여의도 증권가는 여전히 생각이 많다. 특히 2022년 주식시장에 대한 고민이 상당하다. 1년 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에 영향을 받은 까닭이다. 시장을 보는 시각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업계 전반에 신중론이 만연하다. 필자도 지금의 횡보세가 좀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각종 불확실성이 시장을 압박하고 있는 탓이다.
그중에서 매크로 불안이 가장 큰 부담 요인이다. 글로벌 경제는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에 다시 영향을 받고 있다. 치사율과 관계된 독성은 이전 변이인 델타보다 약하나 감염성이 매우 높아 오미크론에 노출된 국가의 경제 활동을 제약하고 있다.
실제로 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 국가는 지역 봉쇄를 시행 또는 검토하고 있다. 그 결과, 각국의 성장률 전망도 다시 하향 조정되고 있다. 통상 주식시장은 경기 흐름과 방향성이 동일한데 경기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고 있어 향후 주가도 갈지자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진행되고 있는 점도 경계할 부분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12월 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 규모를 월 150억 달러에서 300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그 결과 연준의 양적완화(QE)는 내년 3월이면 종료되고, 이어 기준금리가 순차적으로 인상될 예정이다.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 행보다. 영란은행(BOE)은 기준금리를 15베이시스포인트(1bp=0.01%포인트) 깜짝 인상했고, 유럽중앙은행(ECB)도 경제 전반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팬데믹긴급자산매입프로그램(PEPP)을 2022년 3월에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은행도 내년 2회 정도의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상당수다. 이처럼 그동안 주가를 부양했던 유동성 환경이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변할 수 있다.
이상의 두 가지 조합, 즉 경기 둔화와 통화정책 정상화가 겹치면서 금융시장에서도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바로 장단기 금리차다. 이것은 경기 전망에 영향을 받는 장기 금리와 통화정책에 민감한 단기 금리의 차이를 나타낸 것인데 최근 두 금리의 간격이 서로 좁혀지고 있다. 통상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될 때는 경기민감주는 쉬고 경기방어주가 양호한 흐름을 보인다. 과거 테이퍼링이 시작된 2014년 초에도 동일한 결과가 나타난 바 있다. 그리고 7년이 지나 2차 테이퍼링이 진행되는 현 시점에도 똑 같은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요약하면 매크로 불확실성으로 인해 내년도 투자환경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지수 측면의 대응은 매우 어려울 수 있기에 산업과 업종 위주로 선별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이와 관련된 힌트는 시장에 있다. 돈의 가격인 금리, 그리고 만기별 금리 차이가 전략 측면에서 상당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장단기 금리차 축소를 염두에 두고 버릴 것과 취할 것을 선택하면 된다.
우선 경기에 영향을 받는 소재, 산업재 등 경기민감주 투자는 잠시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 빈자리는 경기 흐름에 방어적 특성을 띄는 인터넷, 미디어, 엔터, 통신 등으로 채울 수 있다. 또한 자체 성장 동력을 보유한 산업, 특히 반도체를 포함한 IT 하드웨어 전반에 관심을 둬야 한다. 다운사이클에서 벗어나고 있는 IT 산업에 대한 투자가 내년 기대수익률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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