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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희의 현장에서] 양도세 논란...부동산정치 대신 정책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한시적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주택을 팔고 싶은데 양도세 중과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다주택자의 매물을 확보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즉각 당 지도부를 만나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정책의 일관성과 부동산시장의 안정성을 위해 양도세 중과 유예는 안 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여당의 제안과 정부의 반대에 무언가 익숙한 기시감이 든다. 고작 열흘 전에도 일어났던 일이니 정확하게 말하면 기시감은 빠진 익숙함일 테다. 다른 점이라고는 정책 제안의 스피커가 당 정책위원장에서 대선후보로 바뀌었다는 것뿐이었다.

세금은 민심과 직결되는 이슈다. 그간 ‘다주택자 과세 강화’ 입장을 고수해온 민주당이 돌연 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도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성난 부동산민심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세금은 동시에 부동산시장의 흐름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특히 다주택자 양도세 문제는 재고주택시장의 수급과 연관성이 크다. 역대 정부가 다주택자 과세를 부동산시장 규제책으로 사용해왔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민주당이 양도세 중과 유예를 언급하자 시장은 술렁였다. 물론 반응은 엇갈렸다. 다주택자 양도세를 완화하면 시장에 물량이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고 일관성 없는 정책에 시장불안이 심화될 것이라는 불안감도 있다. 다만 시장 흐름에 변화를 불러올 만한 조치라는 점에서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분명한 건 짧은 기간 두 차례 반복된 당정의 엇박자 행보가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대체 뭘 어쩌겠다는 것이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선거용 정책을 내놓은 탓이다. 향후 5년간의 큰그림을 그려야 할 대선후보가 1년간 한시적으로 세금 깎아주는 문제에 혈안이 돼 있다는 것 자체가 표심잡기용 정책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일관성 없는 정책 추진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모두 깨뜨리는 것은 물론 ‘버티면 된다’는 식의 태도를 고착화시킬 수 있다. 특히 시장이 한껏 위축된 상황에서 설익은 정책 제안은 관망세를 짙게 만들 뿐이다.

최근 주택시장의 분위기는 급격히 가라앉았다. ‘시장 안정화 흐름이 보다 확고해지는 양상’이라는 정부의 표현대로 시장이 안정화 단계에 진입했다면 좋겠지만 시장에선 ‘폭풍전야’에 가깝다는 이야기가 많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에서 부동산 공약을 쏟아내자 움직임을 멈추고 지켜보고 있다는 얘기다. 현장에서 급등 가능성과 급락 가능성이 동시에 언급되고 있는 것을 보면 시장이 대선 이후 어디로 튈지는 누구도 단언하기 어렵다.

5년간의 집권을 마무리하는 정부도, 정권 재창출을 노리는 여당도 ‘부동산정치’가 아닌 부동산정책을 해야 한다. 표심잡기용 정책 뒤집기는 되레 시장의 신뢰를 깨뜨린다. 다주택자 양도세 일시적 완화라는 파편적 이슈에서 벗어나 부동산 세제 전반에 대한 체계적인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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