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60주년 기념 모범회사법 제안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기업의 가치를 제고하고 경영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상법에서 회사법을 별도로 분리한 ‘모범회사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전경련은 현행 상법의 회사법 관련 규정은 성격이 다른 조문과 증권 거래 관련 특례 규정이 혼재돼 있어 체계적이지 못하다며 창립 60주년을 맞아 상법 관련 학계 권위자들과 함께 총 7편 678조로 구성된 별도의 회사법제를 마련했다고 7일 밝혔다.
전경련은 1962년 상법 제정 당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0달러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무역 규모 면에서 세계 8위까지 성장한 만큼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 주요국의 회사법제를 검토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차원에서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심영 연세대 교수, 최병규 건국대 교수, 곽관훈 선문대 교수, 강영기 고려대 교수와 함께 '전경련 모범회사법'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전경련 모범회사법은 먼저 기업이 발행할 수 있는 주식의 종류를 확대해 원활한 자금 조달을 지원할 뿐 아니라 경영권 방어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회사가 주주나 제3자에게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필)을 부여하고, 회사의 필요에 따라 차등의결권 등 다양한 종류의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포함하고 있다.
전경련은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주(州)에서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상태이며, 일본도 다양한 종류의 주식 발행을 허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경련 모범회사법은 아울러 감사위원 선임시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을 폐지하고, 이사의 의사결정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결과를 야기하더라도 합리적인 판단이라면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신설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3%룰은 기업이 자유롭게 지배구조를 구성하는 데 걸림돌이 될 뿐 아니라 해외 투기 세력이 경영권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가 크다는 게 전경련의 주장이다.
미국은 경영판단의 원칙을 판례로 인정하고 있으며, 독일은 이 원칙을 회사법에 도입해 이사의 경영 판단에 대한 책임을 면제하고 있다.
전경련은 지난해 상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다중대표소송 제도도 투기 자본이 악용할 소지가 높아 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우리나라의 다중대표소송제는 지분 50% 이상 모자회사 관계에서 비상장 회사의 경우 1%, 상장 회사의 경우 0.5%의 주식을 6개월간 보유한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데 이를 일본처럼 100% 완전모자회사 관계에서 모회사 주식 1%를 6개월 이상 보유한 경우에만 소송 제기가 가능하도록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