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YEARS 233 DAYS’. 오늘을 기준으로, 전 세계가 지금처럼 탄소를 배출할 경우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하기까지 남은 시간이다. 기후위기시계가 데드라인에 도달하면 지구는 돌이킬 수 없는 회복 불능 상태에 이르러 지금과 같은 산업 활동이나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세계의 수많은 과학자들은 경고한다.
그간 국제사회는 기후위기 대응 노력을 계속해왔다. 지난 10월에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통해 200여개 나라가 ‘지구 온도 상승폭 1.5도 제한’이라는 목표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파리협정 이후 6년여 만에 세부 이행사항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 말 2050 탄소중립 전략을 수립한 데 이어 5월에는 243개 모든 지자체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국제 메탄서약 출범에도 앞장서는 등 기후위기 극복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탄소배출이 산업과 발전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교통 분야 역시 잰걸음을 옮기고 있다. 친환경 교통수단의 확대와 함께 대중교통의 친환경 전환에도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도로와 철도 교통망 구축사업은 2015년부터 친환경 건설지침을 마련해 시행해왔다. 공항 분야도 친환경·탄소중립 비전 제시를 서두르고 있다. 친환경·탄소중립 공항 건설을 위해 공항의 생애주기 전 과정에 걸친 온실가스 배출 저감, 법정보호종 보전방안 등을 구체화한 지침을 내년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먼저 입지 선정 과정에 환경성 평가 항목을 다양화하고, 평가 배점을 상향하는 등 사업 초기 단계부터 친환경·탄소중립 가치가 국민의 항공교통 편의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건설공사 과정에서도 주변 생태계와 수자원을 보호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공법을 강구한다. 공항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까지 친환경적으로 발전시키는 대안 등도 조속히 마련해 나갈 것이다. 공항 건설 초기 단계부터 환경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면서 환경 훼손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친환경 공항 건설에 대한 기대로 바꿔나가고자 한다.
공항 운영 단계에서도 획기적인 탄소저감 기반을 닦아나갈 계획이다. 공항 운영에 태양광, 지열, 연료전지를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빌딩에너지 관리 시스템 고도화 등을 통해 제로 에너지 여객터미널 구축에 나설 것이다. 항공기 운용 부문에서도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지상 전원공급장치를 도입한다. 아울러 빅데이터를 활용한 지상관제 운영으로 탄소 배출량을 최대한 줄이는 등 탄소중립을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한편 첨단기술과 전기·수소에너지 등을 활용한 미래 모빌리티로의 전환을 통해서도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그중 도심의 공간, 도심의 하늘에 길을 열어 새로운 교통혁명을 이끌어 갈 ‘도심항공교통(UAM)’은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이용하게 될 대중적인 교통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 UAM이 상용화 단계에 들어서면 공항 시설이 도심이나 주거지에 가까워지게 되는 만큼, 항공기 소음과 조류충돌에 따른 안전 문제 등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공항에 대한 환경 기준도 계속해서 높여나갈 계획이다. 국민들이 깨끗한 대기 등 좋은 환경을 누리면서 더 신속하고 편리한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공항은 단지 항공기를 타고 내리는 단순한 정거장을 뛰어넘어 첨단 산업과 물류, 비즈니스, 관광 등이 융합된 경제·사회 활동의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잠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앞으로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핵심 기반시설임이 분명하다. 친환경·탄소중립공항은 코앞까지 닥쳐온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필수 과제이자, 대한민국이 글로벌 친환경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는 항공 산업을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될 것이다.
황성규 국토교통부 제2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