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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우림의 음악은 가슴에 폭풍을 가진 청년이 주인공”
정규 11집 ‘영원한 사랑’ 발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1년간 발매 연기
데뷔부터 꾸준히 고뇌하는 인간의 성찰 담아…
내년이며 데뷔 25주년…원동력은 좋은 동료

자우림 [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자우림의 음악은 늘 같은 사람이 주인공이에요. 그 사람은 청년이에요. 나이는 잘 몰라요. 가슴에 폭풍이 있어, 갈등이 많은 사람. 숲 안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온 사람이에요.” (김윤아)

그 사람이 다시 걸어 나왔다. 한걸음에 허무가, 또 한걸음에 상실이, 다음 걸음에 절망이 무겁게 실렸다. 청년의 마음은 “세상에 흩어진 우린 별과 별처럼 멀리 있어”(‘페이드 어웨이’ 중)라는 노랫말이 됐다. “멀리 떨어진 세상에서 많은 부분 고립감을 느꼈을 거고, 세계가 변하는 것을 느끼며 내면의 성장과 상처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게 곡 속에 녹아있어요.” (김윤아) 팬데믹을 버티며 겪은 ‘그 사람’의 깊은 감정은 “은유가 아닌 지금의 우리라고 생각했다”고 최근 화상 인터뷰로 만난 자우림의 김윤아가 말했다.

자우림(紫雨林·자줏빛 비가 내리는 숲)의 음악은 때때는 깊은 동굴 안에서 들려오는 외침처럼 다가온다. 최근 발매한 정규 11집 ‘영원한 사랑’의 1번 트랙 ‘페이드 어웨이’는 ‘우리’라는 존재 안에 잠든 ‘괴물 같은 감정’을 건드린다. 새어나올까 두려워 꽁꽁 싸매 깊은 곳에 던져둔 불안, 절망, 공포 같은 것들. 그러면서도 구원, 희망, 사랑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숨겨둔 마음이다. 하나의 존재로서의 고뇌하는 인간을 노래하고, 그의 상처와 성장, 성찰을 담았다. 그를 둘러싼 사회에 메스를 들이댔다.

어느 시점에선가 눈에 띄게 나타난 변화였다. 김윤아는 그 때를 2011년이라고 했다. 여덟 번째 앨범을 만들며 안면신경 마비와 청신경 마비가 왔던 때다. “병원에서 앨범을 받으며 ‘이게 내 은퇴 앨범이구나’ 생각했어요. 어느 정도 돌아오고 나니 예전처럼 즐겁고 편안한 방식으로 음악을 하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작은 부분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멤버들을 들들 볶으면서 간섭하는 음악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만큼 신경마비는 제게 생생하게 ‘끝’인 체험이었어요.” 그날 이후 세상을 바라보던 시선은 자우림의 세계관과 보편성을 확장했고, 음악적 완성도를 높였다.

자우림 [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제공]

새 앨범을 준비하며 마주한 유례없는 감염병은 세 사람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팬데믹이 시작되던 무렵 오래된 번아웃으로 공기에서 먼지 맛을 느꼈고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어요. 아무 것도 즐겁게 느껴지지 않았고 아침에 눈을 뜨면 절망감에 압도되곤 했어요. 자우림의 11집은 원래 작년 11월에 공개될 예정이었어요. 그런데 ‘페이드 어웨이’로 시작해 엮어 나간 어두운 곡들을 현실적인 절망과 불안에 빠져 있는 세상에 내놓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결정이라고 생각했어요.” (김윤아)

일 년을 묵혀 나오게 된 앨범은 그래서 ‘영원한 사랑’을 노래한다. “밴드 자우림에게 듣고 싶은 음악”(이선규)을 만들었고, “세상을 살아가는 일원으로, 늘 보편적 정서를 시대에 구애받지 않고 해온 지금의 자우림”(김진만)을 담았다. 김윤아는 화면 너머로 장난스런 눈빛을 빛내며 한 마디를 더했다.

“애절한 발라드를 부르는 가수의 앨범 제목이 ‘영원한 사랑’이면 다들 아름다운 음악이 많이 들어있을 거라고 기대할 거예요. 그게 자우림 앨범 제목이라면 좀 수상하지 않나요? 곧이곧대로 영원한 사랑은 아닐 거에요.”(김윤아) 대신 “영원하고 변하지 않는 것, 자신을 구원하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어떤 것을 찾아 헤매는 우리의 모습을 담았다”고 한다.

앨범엔 12곡이 담겼다. 그 어느 때보다 멤버들의 깊은 목소리가 담겼다. 만족도 역시 어느 때보다 높다.

“저희가 공통적으로 가진 음악적 목표가 있어요. 새로 앨범이 나올 때는 늘 전작보다 좋아야 해요. 음반이 좋다, 안 좋다 하는 것은 너무 주관적이지만, 세 사람이 충족된다고 느낄 때 가장 큰 성취라고 생각해요.”(이선규)

“예전에 자우림이라는 밴드의 묘비명에 ‘샤이닝’의 가사를 적어달라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이젠 11집 ‘영원한 사랑’은 전곡을 적어달라고 하려고요.”(김진만)

자우림 [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제공]

홍대 클럽에서 시작해 1997년 1집 ‘퍼플 하트’로 밴드를 알린 자우림은 내년이면 데뷔 25주년을 맞는다. 누구 하나 “음악을 일이라 생각한 적 없는”(이선규) 세 사람은 친구로 시작해 음악 동지로 한 방향을 바라본다. “훌륭하고 존경하는 동료를 가지기가 너무나 어려운데 좋은 동료가 있었기에 음악을 해올 수 있었어요. 음악적 취향,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비슷하고, 잘 맞아 오랜 시간 함께 할 수 있었죠. 때때로 녹음실에서 존대를 해요. 그게 자우림 식의 예의였죠.”(김윤아) “새 멤버를 찾는게 더 어려운 일이더라고요.(웃음)” (이선규)

‘자주빛 비’를 맞아본 사람은 안다. 자우림의 색에 취하면, 깊게 물이 든다. 그들의 생각은 메시지가 돼 일관된 주제로 나아가고, 그것에 어우러지는 장르와 사운드로 음악을 직조한다. 자우림은 자신들의 색깔을 지키기 위해 성실하게 ‘오늘’을 살고 있다. “지금을 살아야 음악이 돼요. ‘그 때가 맞고 지금은 틀리다’,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는 마음은 정체의 첫 걸음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항상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죠.”(김윤아) “그 누구도 저희에게 ‘어떤 음악을 만들라’고 간섭하지 않은 것도 자우림의 색깔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진만)

다가올 25주년에도 자우림은 “가장 잘하는 음악으로 이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벌써 반백 살이 되어 가는 나이가 됐어요. 흔히 마지막 앨범이라는 각오로 준비했다고들 하는데 정말 마지막 앨범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게 진짜 마지막 앨범이어도 자우림이라서, 자우림과 함께라 좋은 날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앨범, 그런 후회 없는 음악을 하려고요.” (김진만)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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