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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즈니플러스 ‘팬심’으로는 부족한 이유

디즈니플러스(+)가 한국에 상륙하던 11월 12일 디즈니의 주가는 7% 급락했다. 2011년 9월 이후 10년 만의 최대 하락폭이었다. ‘예고편’이었던 걸까. 한국 상황도 녹록지 않다. 이용자 수가 2주 내내 내리막길이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2일 59만명이던 일간활성이용자수(DAU)는 26일 34만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론칭 초반 ‘마블팬’의 관심을 받았지만 히어로물에 관심 없는 한국의 일반대중을 유혹할 K-콘텐츠가 부족해서다. 디즈니+가 예고했던 7편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 현재 시청 가능한 콘텐츠는 ‘런닝맨’ 스핀오프 작품 1개에 불과하다. 12월 JTBC와 디즈니+에서 동시 방영될 ‘설강화’를 제외하면 나머지 콘텐츠는 공개 일정도 잡히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몰입을 해치는 오역, 불편한 인터페이스에 대한 비판이 더해졌다. ‘후발 주자’임에도 준비가 부족했다는 평가다.

반면 한국 OTT시장의 터줏대감 넷플릭스는 신작 ‘지옥’ 효과로 공개 첫 주말인 11월 21일 DAU가 395만명까지 치솟았다. ‘오징어 게임’ 열풍이 한창이던 9~10월의 기록을 경신했다. 끝이 아니다. 넷플릭스는 12월 ‘고요의 바다’, 1월 ‘소년 심판’, 2월 ‘모럴 센스’ 등 한 달에 1개꼴로 한국 콘텐츠를 공개할 예정이다. 망 사용료, 흥행작 수익 배분 문제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시청자의 선택을 받는 이유다. 한국 시장에서 디즈니+는 넷플릭스에 ‘완패’했다.

토종 OTT의 견제도 상당하다. 웨이브는 지상파, 종합편성채널의 실시간 방송과 콘텐츠를 기반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1인당 평균 사용시간은 넷플릭스도 제쳤다. 티빙은 ‘환승 연애’ ‘술꾼 도시 여자들’ 등 오리지널 콘텐츠가 흥행에 성공했다. 유료 구독자 수는 220만명을 넘길 전망이다. 쿠팡 플레이 또한 독점 콘텐츠 ‘SNL 코리아’ 인기로 사용자가 늘었다.

글로벌 시장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디즈니+의 3분기 유료 가입자 수는 210만명으로, 시장 예상치 900만~1000만명을 크게 밑돌았다. 미국의 미디어 전문 애널리스트 마이클 네이선슨은 “디즈니+의 콘텐츠 폭이 너무 좁다”며 “비(非)디즈니 콘텐츠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즈니, 픽사, 마블 등 기존 흥행 IP 중심 콘텐츠 전략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등 지역색이 강한 국가에서 확장성에 한계를 갖는다. 대중을 공략할 ‘로컬 콘텐츠’ 확보가 필수다. 게다가 한국은 토종 OTT마저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는 향후 3~4년 동안 3000억~4000억원을 오리지널 콘텐츠에 쏟을 예정이다. 넷플릭스는 2021년에만 5500억원을 투자했다.

디즈니+는 예고편을 뛰어넘는 ‘반전’의 스토리를 보여줄 수 있을까. 예고편이 ‘스포일러’가 될지, 아닐지는 K-콘텐츠 투자에 달렸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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