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애플·블랙베리만 쓰던 미국 월가를 바꿔 놓은 이재용의 한마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갤럭시 스마트폰을 영업했던 사례가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업무용 스마트폰으로 애플, 블랙베리만을 허용하던 미국 월가의 중심 ‘골드만삭스’의 빗장을 풀었다. 이 부회장의 영업으로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에 특별 인증을 내줬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속행공판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골드만삭스 고위 경영진과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이 공개됐다.
2015년 7월 당시 이 부회장은 이메일을 통해 “왜 골드만삭스에서는 삼성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나요? 보안 때문인가요?”라고 물었다. 이후 답변을 받은 그는 “알겠습니다. 제가 기술진과 다시 방문해 애로 사항을 해결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연합] |
골드만삭스와 같은 대형 투자 은행에겐 보안이 생명이다. 특히, 업무 기밀이 스마트폰을 통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때문에 임직원들은 회사 기술부서에서 별도의 인증을 받은 휴대전화만 업무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당시 골드만삭스 기술부서의 특별인증을 받은 스마트폰은 애플과 블랙베리 두가지였다.
이 부회장은 골드만삭스 경영진과의 미팅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직접 영업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는 이메일 내용처럼 삼성전자 엔지니어들과 함께 직접 골드만삭스 뉴욕 본사에 찾아갔다. 엔지니어들은 골드만삭스 측에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장점과 보안 기능에 대해 프레젠테이션 했다.
골드만삭스 로고 [헤럴드경제DB] |
그 노력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골드만삭스의 기준을 통과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골드만삭스 기술부서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특별 인증을 내줬다. 현재 골드만삭스 임직원들은 삼성전자 스마트폰도 업무용 전화기로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재용 부회장의 ‘영업맨’적 면모가 골드만삭스 임직원 시장이라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사시킨 셈이다. 이 부회장이 직접 영업에 뛰어든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버라이즌에 약 7조9000억원 규모의 네트워크 솔루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 통신장비 산업 역사상 역대 최대 규모의 단일 수출 계약이었다. 이 부회장은 이 과정에서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와 영상통화를 하는 등 적극 영업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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