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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좋아진 게 없다”...코로나 2년이 몰고 온 우울한 사회상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2021 사회조사’ 결과는 한 마디로 우울하다. 삶은 팍팍해졌고 주변 관계는 소원해졌다. ‘잘살아보자’는 희망도 줄어들었다.

통계청의 사회조사는 2년 주기로 홀수 년에 이뤄진다. 딱 맞춰 코로나 유행시기와 겹쳤다. 코로나 2년이 몰고 온 한국인들의 인식 변화는 대부분 잿빛이다. 나빠진 것이 많은 데 비해 좋아진 건 별로 없다.

우선 전반적인 생활여건에 대한 평가가 그렇다. 2년 전에 비해 좋아졌다는 사람들이 31.5%이고 나빠졌다는 건 24.9%다. 그 자체로는 괜챦다. 하지만 2019년엔 각각 49.6%,9.1%였다. 2년 만에 자기 삶에 대한 평가가 이렇게 급격하게 달라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가구소득이 줄었다는 응답이 2년 전 22.8%에서 올해 32.1%로 늘었다. 반면 부채가 늘었다는 응답은 20.4%에서 26.2%로 증가했다. 빚이 늘고 소득이 줄어드는데 삶이 좋아질 리 만무하다. 안 그래도 4명 중 1명에 불과하던 기부 경험자가 더 줄어들고 앞으로 기부할 의사가 없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결과다.

다행스러운 건 가족관계에 대한 인식이다.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 이른바 ‘워라밸’을 중요시하는 추세는 강화됐다. 일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은 2년 전 42.1%에서 33.5%로 줄었고 가정생활이 더 중요하다는 쪽은 13.7%에서 18.3%로 늘었다. 그러니 가족 간의 유대감은 높아졌다. 자녀와 같이 사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이유는 씁쓸하다. 능력 없어 독립 못하니 얹혀살거나 모시고 사는 것이다. 게다가 몸이 아프거나 큰돈이 필요할 때 도움을 청할 만한 사회적 관계망은 점점 약화된다. 그래서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그 방법으로 국민연금 비중이 높아지는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물론 국민 인식의 진화라고 볼만한 구석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집 근처에 특수학교, 재활시설 등 장애인 관련시설이 들어서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중이 88.4%나 된다. 그 자체로도 높지만 2년 전보다 3.4%포인트 늘어났다. 우리 사회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사람도 4.7%포인트 증가한 55.6%나 된다.

자신이 사회·경제적으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중도 58.8%로, 2년 전과 거의 비슷하다. 한 달 100만원 남짓 200만원도 안 되는 돈을 버는 성인 중 절반 가까이(42.7%)가 중산층이라고 생각한다. 중산층에 대한 자의식은 이처럼 어마어마하게 넓다.

결국 체력이 다소 떨어졌지만 아직은 건강하다는 의미다. 사회를 보는 한국인들 인식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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