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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현의 현장에서] ‘감찰 독립성’과 ‘검찰 독립성’

0%. 포렌식 한 대검 대변인 공용 휴대전화에 자료가 남아 있을 확률. 이를 묻는 김오수 검찰총장에게 대검 감찰부가 한 답이라고 한다. 김 총장은 지난 12일 기자단과 만나 ‘대검 대변인 공용폰 임의제출’ 논란에 대해 “수회 초기화돼 사용하던 공용폰이고, 포렌식 결과도 남아 있지 않아 언론사찰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김 총장의 이 같은 해명에도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나올 자료가 없는데도 임의제출을 받아 포렌식까지 했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날 김 총장은 참관인조차 제대로 세우지 않은 ‘절차’에 대한 문제 제기에 ‘나온 게 없으니 문제도 없다’는 결과로 답했다.

지난 6일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기자단은 총장과 감찰부의 대면 설명을 수차례 요구했다. 김 총장은 이를 계속 회피하다, 지난 9일 총장실 앞까지 찾아간 기자 10여명과 대치했다. 총장실 앞 총장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감찰 독립성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감찰부 일은 총장이 나설 수 없다.” 이 말을 반복하던 그는 검사장 교육을 이유로 자리를 뜨려 했다. 재차 감찰부의 설명을 요청하는 기자들에겐 “제가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나”, “겁박이다”, “공무집행 방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감찰 독립성’을 이유로 감찰부 설명 요구를 거절했지만, 이는 ‘검찰 독립성’과도 이어지는 문제다. 이번 사태가 ‘하청 감찰’ 논란으로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12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검찰 고위 간부는 “공수처에서 검찰에게 하청을 줬다는 표현은 굉장히 자존심이 많이 상한다. 왜 우리가 이런 상황까지 왔을까”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검찰과 공수처는 ‘사전에 어떤 연락도 없었다’며 부인했지만, 더 빨리 상황을 투명하게 설명했다면 이런 논란도 일지 않았을 것이다.

언론사찰 우려까지 이어진 이번 사태에 대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9일 “사유폰이 아닌 공용폰이고 정보주체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변인 공용폰의 소유권자가 ‘정부’라면, 이번 선례가 어떻게 남느냐에 따라 향후 다른 정권에서도 얼마든지 악용될 소지가 생길 수 있다. 비단 수사기관만이 아닌, ‘공용폰’을 쓰는 모든 권력 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제한될 수 있다. 검찰총장과 감찰부에 대한 기자단의 지속적인 설명 요구엔 그 이유도 있다.

대검 감찰부는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고, 입장문만으로 상황을 피했다. 감찰 과정과 절차의 제도적 보완을 약속한 김 총장이 근거로 삼은 대검 감찰 규정엔 ‘감찰부 조치가 현저히 부당하거나 직무 범위를 벗어난 경우 시정을 명령하거나 직무 수행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김 총장은 명확한 감찰부의 설명을 통해, 취임 초기 강조하던 ‘정치적 중립성’과 ‘검찰 독립성’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9일 그가 말했던 “내가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나”와 12일에 말한 “언론은 국민을 대변한다”란 발언 중 어느 것이 그의 진심인진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공직자에게 이 둘은 양립할 수 없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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