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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 2막’ 여는 김하늘 “다 쏟아부은 골프, 100점 주고 싶어요”
‘스마일퀸’ 김하늘, 22년 골프선수 생활 마감
KLPGA 투어서 8승 획득…대상·상금왕·신인왕 수상
2015년 일본서 새 도전…7년간 6승 거둬
은퇴 후 골프관련 방송 등으로 인생 2막
김하늘이 22년간의 골프선수 생활을 마치며 헤럴드경제와 가진 인터뷰서 은퇴 후 계획을 이야기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춘천=조범자 기자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이달 말부터 한달간 통째로 쉴 거에요. 아무 것도 안하고 이렇게 길게 쉬어 본 적은 처음이에요. 골프채 안들고 여행간 게 언제였나 싶다니까요.”

마치 모든 숙제를 다 끝낸 사람처럼 홀가분해 보였다. 보통의 은퇴 선수들에서 보이던 아쉬움이나 미련은 없었다. 모든 걸 남김없이 쏟아붓고 난 사람에게서만 볼 수 있는 얼굴이었다.

한국과 일본 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15년간 정상급 선수로 활약했던 ‘필드의 스마일퀸’ 김하늘(33)이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하늘은 “내 골프 인생은 100점 짜리다. 단 1점도 빼고 싶지 않다. 정말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가뿐한 발걸음으로 인생의 두번째 라운드로 넘어가는 김하늘을 만났다.

“은퇴 너무 빠르다며 설득하신 분들 많았죠”=골프팬들에게 김하늘의 은퇴소식은 갑작스러웠다. 대부분의 반응은 “벌써? 왜?”였다. 1988년생 ‘용띠클럽’ 멤버인 박인비와 이보미, 최나연, 신지애 등이 투어에서 뛰고 있고 김하늘의 경기력도 언제든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겐 2년이라는 긴 침잠의 시간이 있었다. “예전엔 코스에 나가기 전, 어떻게 샷을 하고 어떤 옷을 입을까 상상하는 게 즐거웠는데 어느 순간 그런 게 재미없는 거에요. 하나도 신나지 않았어요. 골프장에서 더이상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되니 은퇴를 떠올리게 됐죠. 2년을 그렇게 괴롭게 보냈어요. 코로나19까지 겹치는 바람에 스트레스 풀 곳이 없어 스마트폰 게임에 빠지기도 했고요.”

은퇴가 이르다며 만류하는 지인과 팬들이 많았지만 이런 고충을 설명하자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얼마전 은퇴 파티를 열어준 인비와 나연이 등 친구들이 그러더라고요. ‘남들은 모두 왜 벌써 은퇴하냐고 하겠지만, 우리는 네 마음 다 알고 네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라고요. 정말 고마웠어요.”

김하늘 경기 모습 [게티이미지]

“내셔널타이틀 없는 것, 딱 하나 아쉽네요”=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골프를 시작한 김하늘은 2007년 투어 데뷔 후 날개를 달았다. 그해 신인상을 수상했고 2011년 대상과 상금왕, 2012년엔 상금왕을 2연패했다. 경기 중에도 웃는 모습을 잃지 않아 ‘스마일퀸’으로 불리며 두터운 팬덤을 보유했다. 여자골프의 흥행을 이끄는 ‘필드의 패셔니스타’도 김하늘이 원조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서 통산 8승을 거두며 실력과 인기에서 최정상에 오른 김하늘은 안주하지 않고 2015년 일본투어를 노크했다. 첫해 성적은 참담했다. 8월까지 16개 대회서 톱10은 커녕 잦은 컷탈락에 국내 유턴까지 고민했다. 하지만 하반기 먼싱웨어 클래식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며 반전드라마를 썼다. 그해 겨울엔 최경주 꿈나무 아카데미를 찾아가 지옥훈련을 자청했다. 까마득한 주니어 선수들과 벙커샷과 쇼트게임 등 기본기를 다시 다졌고 이듬해 투어 3승을 휩쓸며 일본에서도 ‘김하늘 시대’를 열었다.

김하늘은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이뤘다. 대상도 탔고 상금왕에 신인상도 받았다. 딱 하나 못한 게 있다면 내셔널타이틀이다. 한국여자오픈, 일본여자오픈, US여자오픈 중 하나만 우승했더라도 좋았을텐데 그건 좀 아쉽다”고 했다.

김하늘이 지난달 일본투어 마지막 무대서 동료선수들이 마련해준 깜짝 은퇴식에서 절친 이보미의 격려를 받으며 눈물을 쏟고 있다. [게티이미지]

“골프로 받은 사랑 어떻게 베풀지 고민중이에요”=김하늘 은퇴에 일본 동료선수들이 보인 뜨거운 반응도 화제가 됐다. 우에다 모모코와 아리무라 치에, 오야마 시호, 나리타 미스즈 등 유명선수들의 SNS에는 김하늘 사진과 함께 “수고했어 하늘. 귀엽고 착하고 항상 웃으며 인사하는 하늘을 정말 사랑해” “앞으로의 인생도 하늘이답게 만들어가길” “아마추어 때 TV에서 보던 선수의 은퇴 사진을 같이 찍게돼 영광이에요” 등 이별을 아쉬워 하는 글이 끊이지 않았다.

“일본에서 7년밖에 뛰지 않았는데도 많은 선수들이 SNS와 한글 손편지로 감동을 줬어요. 제가 코스에서 이렇게 사랑받는 사람이었다는 걸 은퇴하면서 처음 알았네요.”

은퇴소식에 결혼하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김하늘은 “사귀는 남자친구는 있지만 아직 결혼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 일단 유튜브를 시작했고 골프 관련 예능방송을 준비 중이다. 관심사인 패션·뷰티 콘텐츠도 조금씩 펼쳐보일 계획이다. ‘김하늘 HANEUL’ 유튜브 채널에는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응원하는 한국과 일본 팬들의 댓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저는 지금까지 받으면서만 살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는 베풀면서 살고 싶어요. 제가 받은 사랑을 어떻게 돌려드릴지,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이 뭔지 계획해야 할 시간이에요. 오래 쉬면서 고민 좀 많이 해보려고 합니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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