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요소수 품귀 여전, 경기회복에 찬물

中등서 일단 2만여t 물량 확보

생산·유통 충격 우려는 계속

정부 내일 긴급수급조정조치

중국발(發) 요소수 품귀 사태가 회복 경로를 타던 우리 경제의 최대 ‘암초’로 떠올랐다. 반도체 등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자동차 등 제조업 생산이 위축된 상태에서 요소수 품귀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물류망이 막히면서 생산·수출·유통 등에 다발적 충격을 미칠 수 있다.

정부가 그동안 성장을 제약했던 민간소비를 늘리기 위해 11월부터 위드 코로나 시행에 나섰지만, 예상치 못했던 요소수 품귀현상으로 당초 예상했던 4% 성장은 물건너가는 분위기다. 게다가 국내 전체 물류의 92.6%를 차지하는 화물차들이 멈춰설 경우 경제 전반으로 충격파가 이어질 수 있다. ▶관련기사 2·3·9면

10일 정부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 8일 정부가 ‘요소수 범부처 합동 대응 일일상황점검회의’를 가동한 이후 확보한 요소수 물량은 약 2만1700t으로 추산된다. 전날 요소·요소수 매점매석 합동 단속결과 민간 수입업체가 보관 중인 요소 3000t을 찾은데 이어, 중국이 한국 기업들과 기계약한 요소 물량 1만8700t에 대한 수출 절차를 진행키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연간 국내 요소 사용량이 8만t가량이란 점을 감안하면 약 3개월치 물량으로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태다. 정부는 11일 임시국무회의를 통해 요소수에 대한 긴급수급조정조치를 통과시킬 계획이다. 이 경우 정부가 직접 생산·판매업자 등에게 생산, 공급, 출고 명령을 할 수 있고, 판매 방식도 정할 수 있다.

문제는 속도다. 정부가 조기 진화에 실패한다면 백신접종 확대와 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살아나던 경기 회복세가 다시 하향곡선을 그릴 수 있다. 지난 3분기 한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전분기 대비)은 0.3% 성장에 그쳤다. 1분기(1.7%), 2분기(0.8%) 성장률에 미치지 못해 정부의 연간 성장률 목표치(4.2%) 달성의 관건은 4분기라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미 생산 현장에선 요소수 품귀 사태 여파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류대란의 그림자도 짙어지고 있다. 당장 요소수 가격 폭등으로 생계가 끊길 위기에 처한 화물연대 화물차 운전자들은 요소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요구하며 이달과 다음달 두 차례의 총파업을 예고했다. 건설기계를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레미콘 운전자 등 전국건설노동조합도 건설기계 노동자 구제방안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하루 평균 423t의 요소수를 쓰는 시멘트 업계도 비상이다. 시멘트 생산이 중단되면 건설업 등 후방산업도 안심할 수 없다.

서비스업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식자재나 각종 물품 운송이 어려워지면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등 연쇄적으로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된다. ‘택배대란’이 위드 코로나로 탄력 받을 것으로 기대했던 ‘보복소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요소수 품귀 사태가 9년 9개월 만에 3%대까지 치솟은 물가(10월 소비자물가지수 3.2%)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