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아직 한도 남아
금리우대·만기연장 등 혜택
“연말 은행들의 진짜 걱정은 기업대출입니다.”(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
은행권이 연말 기업대출 비중 늘리기에 비상이 걸렸다. 은행들 사이에서는 대출 금액이 큰 기업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손해를 무릅쓰고 과도한 금리 인하 경쟁까지 벌이는 상황이다. 기업대출 비중이 금융당국의 기준에 미달할 경우 은행 신용도에 타격을 줄 불이익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10월 말 기준으로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 가운데 금융당국이 정한 올해 기업대출 비중을 충족한 곳은 아직 없다.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전체 대출 가운데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을 합친 기업대출 비중을 올해 50% 대로 맞추라고 은행들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5대 은행 가운데 10월 말 기준 기업대출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신한은행으로 49.21%다. 이어 하나은행(47.42%), 우리은행(46.45%), 국민은행(45.78%), 농협은행(44.28%) 순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라 올해 기업대출 비중을 50% 정도로 맞춰야 한다”며 “연말이 다가올수록 각 은행 지점별로 기업대출 실적에 대한 압박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은행들이 기업대출 비중을 늘려온 주요 방법은 두가지다. 우선 가계대출을 줄여서 상대적으로 기업대출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은행들은 이미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인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관리해오고 있다. 기업 고객의 신규 유치도 필요하다.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펼쳐 새로운 고객을 발굴하거나 다른 은행의 고객을 뺏어야 하는 만큼 은행 입장에서 품이 많이 든다.
연말까지 한달 반 정도 남은 상황에서 기업대출 비중이 갑자기 줄어드는 것을 막는 일이 관건이다. 최근 은행들이 기존 기업고객을 잡아두는 일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이유다.
특히 대출금액이 큰 기업일수록 몸값이 높다. 우량 기업고객에 대해서는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대출 만기를 연장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부 은행에서는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기업을 대상으로 특별 우대금리를 적용하며 대출기한 연장까지 제안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은행들 사이에 기존 대출 불륨이 큰 기업들을 묶어두기 위해 경쟁이 치열하다”며 “은행이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파격적인 금리 수준을 제시하며 만기 전에도 기한을 연장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기업대출 비중 늘리기가 출혈 경쟁 양상까지 치닫는 이유는 금융당국 기준에 맞추지 못할 경우 받게될 불이익이 상당히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기업대출 비중이 금융당국의 기준에 미달할 은행은 바젤Ⅲ 도입 승인이 취소될 수 있다.
바젤Ⅲ를 도입한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의 위험가중치(RW)와 일부 기업대출의 부도율(PD), 부도시 손실률(LGD)을 낮출 수 있다. 결국 바젤Ⅲ 승인이 취소된 은행은 자본비율이 줄어들며 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온다. 자본비율의 감소는 국제 신용등급 평가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바젤Ⅲ 도입이 취소되면 은행 신용도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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