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 대응 면피 위한 산업부-환경부 책임 떠넘기기 '눈살'
정부 내부에선 文 대통령 임기 말 ‘레임덕’ 드러내는 사례
디젤 엔진 차량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요소수'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8일 오후 경기도 여주시의 한 고속도로 양방향 휴게소 주유소에 트럭들이 요소수를 넣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권 말기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의 위기대응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중국발 요소수 품귀사태가 화물차 물류대란을 넘어 통학차량, 소방차 운행 등까지 우리 일상 곳곳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 1개월이 되도록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서 일본 수출 규제로 불거진 이른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이란 거대한 파고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극복한 것과 달리, 이번 위기를 대하는 각 정부 부처들은 책임 떠넘기기에만 골몰하는 양상이다. 대통령 임기 말 ‘레임덕’이 사태를 키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9일 정부에 따르면 청와대는 요소수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5일 안일환 청와대 경제수석을 팀장으로 하는 ‘요소수 대응 TF팀’을 구성해 비상점검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코로나 초기 마스크 부족 사태처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총대를 맸다. 기재부는 이억원 1차관 주재로 연일 관련 범부처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문제는 요소수 원료인 요소 수입은 통상 문제인 만큼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이고, 차량용 요소수는 질소산화물(NOx) 배출저감 물질이라 환경부 업무지만 정작 두 부처는 책임을 미루고 있다는 점이다.
늑장 대응에 대한 책임 떠넘기기가 대표적이다. 업계에선 요소수 품귀사태는 사전에 대응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중국이 호주산 석탄수입을 중단할 경우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문제였지만,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실제 중국 해관총서(한국의 관세청)는 지난달 11일 29종 비료 품목에 대한 수출 검역 관리방식을 변경한다고 공고했다. 환경부는 통상을 담당하고 있는 산업부가 이를 인지하고도 2주 가까이 대응하지 않아 사태가 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업부는 최초 인지 후 열흘이 지나서야 외교부 공관에 상황파악을 문의했고, 다시 1주일이 지난 뒤에야 첫 대책회의를 열었다. 환경부는 “요소 수입은 통관 문제로 주무부처인 산업부가 이를 환경부에 공유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산업부는 대기오염 저감물질인 요소수를 관리하는 것은 환경부 소관 업무라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업계에선 9월께 이미 요소수 품귀사태를 예견한 만큼 관련 업계를 관장하는 환경부가 선제적으로 나섰어야 했다”고 맞서고 있다. 책임전가만 하다보니 문제해결은 요원해지고 있다.
실제 정부가 지금껏 내놓은 해결방안은 미봉책 뿐이다. 97%이상 중국에 의존해왔던 만큼 서둘러 중국을 대체할 수입국을 찾는 것이 급선무인데, 정작 환경부 실무자조차 통상 관련부처가 어떤 국가와 협의를 진행 중인지 공유받지 못하고 있다. 손발이 맞지 않다보니 산업용을 차량용으로 전환한다거나 군부대 등 공공 비축물량을 돌려쓰는 식의 응급처방만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하루치 사용량도 되지 않는 호주산 요소수 2만ℓ 수입 같은 ‘보여주기식’ 발표도 마찬가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 내부에선 이번 사태가 대통령 임기 말 ‘레임덕’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과장급 인사는 “만약 대통령 임기 초였다면 지금처럼 대처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전날 오전 참모회의에서도 요소수 수급 불안과 관련 “수급 안정을 위해 가용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국내외적으로 발 빠르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fact051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