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수·MAU는 페이가 앞서
카카오페이가 3일 성공적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하면서 카카오뱅크와의 시가총액 경쟁도 관심사가 됐다. 각각 은행업과 결제업으로 주된 사업 분야는 다르지만, 방향성이 ‘금융 플랫폼’으로 동일해 ‘집안싸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3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카카오페이는 첫날 한때 시총 기준 금융주 1위인 카카오뱅크를 넘어서기도 했다. 카카오페이 주가는 급등했는데 카카오뱅크 주가는 급락하면서다.
카카오뱅크 주가가 급락한 이유로는 3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카카오페이 상장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기관 수급을 보면 카카오뱅크는 기관이 198억원을 매도했지만 카카오페이는 300억원 넘게 기관 매수가 들어왔다.
또 두 회사는 금융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 부분 사업 영역이 겹친다. 카카오뱅크는 금융상품을 제조하는 역할도 하지만 동시에 제휴 카드, 연계 대출 등을 중개하는 역할도 한다. 최근에는 광고 매출도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페이는 결제와 송금 인프라를 토대로 대출·보험·카드 등을 중개하고 있다.
이 두 회사는 카카오그룹과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MAU(월 활성 이용자 수) 측면에서 강점을 지닌 플랫폼이란 점을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비전도 동일하다.
금융권 한 전문가는 “공통 사업분야가 점차 늘어나면서 협력보다는 경쟁 구도 형성될 확률이 높다”면서 “서로 영역을 침해하지 않도록 구분을 확실히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뱅크와 페이 모두 상장 시 동일 업종 대비 높은 가치를 인정 받았던 것도 플랫폼이라는 점을 내세워서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각 사가 발표한 MAU 기준 1인당 가치가 각각 191만원, 68만9000원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 플랫폼 기업 (스퀘어 344만원, 로빈후드 215만원, 페이팔 80만원, 동방재부 434만원) 평균보다 낮은 편이다.
현재는 고객 수와 MAU 측면에서 페이가 우세하다.
페이는 상반기 영업이익을 흑자로 전환하며 성장세를 키우고 있다. 반면 뱅크는 토스뱅크 등장으로 성장성이 주춤하다. 앱 전문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앱의 MAU는 2분기 1037만명에서 3분기 1085만명으로 48만명 증가에 그쳤지만, 같은 기간 토스의 MAU는 1061만명에서 1209만명으로 148만명 증가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이번 4분기 차별화된 CSS의 성과와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성장 여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박자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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