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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긴축의 시대

코스피종합지수가 마디지수인 3000선을 두고 연일 공방이 벌어진다. 코스닥종합지수도 1000선을 두고 등락이 거듭된다. 거래대금은 연중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고,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지는 등 수급 여건도 좋지 않다. 활력이 떨어진 한국 증시는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확연히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 증시의 부진을 설명하는 논리는 다양하다. 원자재 가격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 물류난에 따른 공급망 쇼크, 지난해부터 이어진 역사적 상승 랠리에 대한 기술적 부담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등이 자주 거론된다.

이처럼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 모두를 관통하는 핵심 동인은 단연 긴축의 공포일 것이다. 긴축은 비단 미 연준에 국한되는 이슈가 아니다. 한국은행 또한 이달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으며, 내년 추가 인상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무제한 돈풀기로 자산시장의 부양을 이끌던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기조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유동성의 힘이 시장을 좌우하던 시기는 이제 종말을 고하고 있다.

시장이 달라졌으니 투자자들의 자세 또한 달라지는 게 마땅하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한국 증시의 역사적 상승 랠리의 승리의 기억에 함몰돼 있으면 필패를 면할 수 없다. 지금은 한국 증시가 가진 구조적 취약성에 주목해야 할 때다. 국가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한국 증시는 여전히 신흥국 증시의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축통화의 미국 유럽 일본은 물론 준기축통화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과 비교가 불가하다. 시그널은 원화 환율에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원화는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때마다 속된 말로 널을 뛴다.

미국이 돈줄을 죄면 자동반사적으로 원화는 약세를 보인다. 당장 지난 1일 원화는 장중 10원 이상 급등하는 등 강해지는 달러에 취약성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달러가 강해지니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 떠나고 있고, 연기금을 대표로 한 기관투자자 또한 연초부터 국내 증시의 비중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나마 시장을 떠받치던 개인투자자마저 최근 투자심리가 냉각되는 기조가 뚜렷하다. 이처럼 뚜렷한 매수 주체가 없이 증시에 유입되는 돈마저 줄다 보니 시장의 약세가 장기화되는 모습이다.

현 국면에서는 이른바 톱다운 방식의 투자가 아닌 보텀업 방식의 투자가 적합해 보인다. 거시경제와 산업섹터별 업황을 보고 투자종목을 정하는 톱다운 방식의 투자가 아닌, 특정 기업의 내재적 가치를 먼저 분석해 투자에 나서는 보텀업 방식의 투자가 더 우월한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국면이다. 쉽게 말해 이름값하는 대기업 종목을 무작정 사들이는 방식의 투자로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 연초부터 줄기차게 삼성전자를 사들인 개인투자자들의 수익률이 결코 좋지 않은 것도 톱다운 투자를 고집했기 때문이었다.

이번주 미국 연준의 테이퍼링 개시 선언으로 긴축의 시대가 개막한다. 누구나 수익을 내던 시대에서 준비된 자만이 수익의 과실을 얻을 수 있는 국면으로 변하는 출발선이다. 달라진 환경에 적응한 동학개미만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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