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감사위 ‘서울교통공사 주요 부진사업 지연실태’ 감사 결과 발표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가 ‘터널 환기구 양방향 전기집진기’, ‘역사 환기설비시스템’ 설치를 고의 지연 시켜 시민 피해를 가중시켰다고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결론 내렸다.
양방향 전기집진기 설치 사업은 신기술을 도입해 지하철 미세먼지를 낮추고자 한 사업으로, 관련 업체들간의 소송, 특혜시비, 수사로까지 번져 진흙탕이 된 공사의 대표적 부진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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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시 감사위가 채택한 ‘서울교통공사 주요 부진사업 지연실태 특정감사’ 결과서에서 공사는 양방향 전기집진기가 시범사업으로 효과가 검증됐는데도 부서간 협조 미흡 등 불합리한 사유를 들어 사업을 지연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기술과 경제성이 검증되지 않은 다른 제품을 더 효율적이라고 사장에게 허위 보고해 검토를 사유로 또 다시 지연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는 또한 역사 환기설비시스템 개량 사업과 관련해 특정기술(세라믹 필터)로 선정된 제품을 설치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담당 처장이 바뀐 뒤 계약방법을 찾을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10개월 이상 지연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위는 당시 업무담당 처장, 부장, 과장에게 각 중징계, 팀장과 부장에게 각 경징계를 조치하고 사장에게는 기관장 경고 처분을 내렸다.
특히 양방향 전기집진기가 2019년 국고 90억 원 지원으로 19개 역에 시범설치하고도 확대 설치되지 못한 과정에선 사업 추진을 담당했던 A부서의 임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5월에 사장 방침으로 이미 확대 시행이 결정됐는데도, A부서는 제3자 기술 사용 검토 등 제3자의 참여 기회 확대를 검토하고 있으며, 노동조합에서 반대한다는 이유를 들어 올해 1월 감사일 현재 2020년도 설치분인 64곳에 대해 설계조차 하지 않는 등 사업 추진이 심각하게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해 6월 인사에서 A부서를 맡은 후임 부서장은 확대시행 여부에 대해 협조 결재를 하지 않고, 자신의 업무 영역이 아니란 이유로 관련 부서와 논의도 하지 않는 등 업무 태만으로 사업이 지연되도록 했다. 또한 공사 직원들은 제3자 기술 사용 시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다는 외부 법률자문 결과를 보고받고도 상급자에게 뒤늦게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위는 “특정기술에 하자가 있어서 적용이 불가능하거나, 특정기술 보유업체에서 협약을 불이행하는 등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업체의 제품 또는 공법을 적용하는 건 공공기관으로서 신뢰를 저버린 행위에 해당한다”고 정리했다.
이밖에 2019년도분 45개소 설치분에 대해 지난해 12월 조달청에 계약 의뢰하면서 일부 공종을 누락한 점, 지연이 심각한데도 국고 보조금을 상습 이월시킨 점 등 부실 책임이 지적됐다.
역사 환기설비시스템 역시 2019년 1차년도 사업이 최소 9개월 이상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공사의 사업 지연으로 인해 시민들은 미세먼지에 그대로 노출될 우려가 있었다고 감사위는 판단, 시정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