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용 후 생분해돼 미세플라스틱 오염 우려 없어
왼쪽부터 박제영 박사, 주성빈 박사과정, 오동엽 박사가 ‘생분해 마이크로비즈 시제품’을 들고 있다.[한국화학연구원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세안제나 화장품 주성분으로 사용되는 미세 플라스틱 ‘마이크로비즈’를 대체할 수 있는 생분해 소재를 개발했다.
한국화학연구원 박제영, 오동엽, 황성연 박사팀과 포항공대 황동수 교수 공동 연구팀은 최근 발표된 연구에서 게 껍질에서 추출한 키토산 천연물질을 활용한 마이크로비즈 대체 후보물질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세정력이 좋으면서도 환경오염이 없는 자연분해성 세안용 마이크로비즈를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이크로비즈란 최대 직경이 5mm 이하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로 화장품, 비누, 치약 등 생활용품에 첨가되어 글라이딩 효과나 세정력에 도움을 준지만, 사용 후에는 강이나 바다로 흘러들어가 수질 오염 및 수생 동물 생태계를 교란시킨다.
만약 플랑크톤이 마이크로비즈를 먹이로 착각한다면, 상위 포식자를 통해 결국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엔환경계획위원회에서는 이러한 마이크로비즈를 '죽음의 알갱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미세플라스틱의 심각성을 인지한 각국에서는 마이크로비즈의 사용을 규제하는 법안이 만들어졌으며, 국내에서도 2017년 7월부터 마이크로비즈를 화장품에 사용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다.
‘생분해 마이크로비즈 시제품’ 실제 사진.[한국화학연구원 제공] |
연구팀은 해양 천연물질인 키토산 고분자를 활용해 단단한 구형의 ‘키틴(chitin) 마이크로비즈’를 제조하고 뛰어난 오염물질 세정 성능을 확인했다.
클렌징용 연마제로써의 키토-비즈 효과를 비교하기 위해 피부에 바른 워터프루프 아이라이너의 제거 실험을 수행했다. 액체 비누에 적용하여 같은 힘으로 세정했을 경우 마이크로비즈가 없는 경우 보다 약 2배, 금지된 미세 플라스틱 성분의 유해 마이크로비즈를 사용했을 경우 보다 약 1.2배 빠른 속도로 오염물을 제거했다.
뿐만 아니라 키토-비즈는 표면에 존재하는 극성으로 중금속 이온도 제거할 수 있었다. 이러한 특성은 피부에 달라붙는 중금속 함유 미세먼지 제거에 효과적이다.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 실험으로 키토-비즈의 생분해성을 평가한 결과 미생물 대사에 의해서 자연분해되는 것을 확인했고, 해수에서 1개월 내외에 90% 이상 분해됐다. 비교 실험으로 비분해성으로 알려진 폴리에틸렌 비즈는 전혀 분해되지 않았다.
피부에 워터프루프 아이라이너를 바르고 액체 비누로 세정실험을 한 결과, 생분해 키토-비즈를 함께 사용한 경우 마이크로비즈가 없는 경우 보다 약 2배, 금지된 마이크로비즈를 함께 사용한 경우보다 약 1.2배 빠른 속도로 오염물을 제거했다.[한국화학연구원 제공] |
박제영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제조한 마이크로비즈는 생분해성과 세정력을 모두 만족함으로써 환경오염이 없는 착한 소재라는 의미를 가진다”라고 말했다.
이미혜 화학연 원장은 “지속가능한 플라스틱 연구개발을 통해 관련 국가산업 및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영국왕립화학회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그린 케미스트리’ 9월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