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테러리스트 피난처 돼선 안돼”
‘親 탈레반’ 러시아·중국 정상은 불참
美 국무부 “탈레반과 생산적 회담…긍정적”
12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진행된 주요 20개국(G20) 아프가니스탄 특별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의 모습. 이날 세계 주요국 정상들은 아프간 주민의 삶이 재앙적 상황에 놓였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조속한 인도주의적 지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AFP]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세계 주요국 정상들이 아프가니스탄 주민의 삶이 재앙적 상황에 놓였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조속한 인도주의적 지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AP 통신과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 뉴스 등에 따르면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주요 20개국(G20) 정상의 아프간 특별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각국 정상들이 유엔에 아프간 지원의 조율 권한을 줘야 한다는 데 대체로 공감했다”고 말했다.
올해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이탈리아가 주재한 이번 회의에서는 미군이 철수하고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간 정권을 재장악하면서 현실화된 인도주의적 위기와 테러리즘 재부상 방지 등의 현안이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아프간 주민과 이웃 국가들을 위한 10억유로(약 1조3821억원) 규모의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지원금은 아프간 주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의료시스템 개선, 이주민·난민 관리, 인권 보호, 테러리즘 예방 등에 쓰인다.
지난 9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한 여아가 길가에 앉아 물건을 팔고 있다. [EPA] |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아프간 주민이 탈레반 행동의 대가를 치러선 안된다”며 지원을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국제사회와 함께 아프간 주민에 대한 외교적·인도주의적·경제적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G20의 틀 아래 난민 문제를 다룰 ‘워킹그룹’ 설치를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아프간을 위한 인도적 지원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재차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사전 녹화한 영상을 통해 “한국은 아프가니스탄이 평화적으로 재건되기를 바란다”며 “무엇보다 인도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취임 후 처음 참가한 다자 정상회의에서 올해 아프간에 2억달러(약 240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아프간 내 테러리즘 재부상 우려와 관련해선 아프간이 테러리스트들의 피난처가 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대한 정상 간의 공감대가 있었다고 드라기 총리는 전했다.
올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이탈리아의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12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진행된 G20 아프가니스탄 특별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EPA] |
다만, 많은 정상은 아직 탈레반 정권을 인정할 때가 아니라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 정권에 우호적인 국가로 꼽히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은 이번 회의에 불참했다.
한편, 이날 미 국무부는 탈레반의 아프간 재집권 이후 열린 탈레반과의 첫 고위급 회담이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9~10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탈레반과 고위급 회담에서 아프간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 이슈에 대해 생산적인 논의를 했다”며 “대체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아프간에 코로나19 백신을 추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뜻도 밝혔다.
앞서 미국은 아프간이 탈레반에 함락되기 전인 지난 6월 얀센 백신 300만회분을 아프간에 지원한 바 있다.
12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 당국자들이 함께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 대표단과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로이터] |
프라이스 대변인은 미·탈레반 회담과 별도로 미국과 EU 당국자들이 함께 탈레반과 접촉했다고도 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