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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판 ‘돈풀기’ 당정갈등…재무성 “퍼주기 전투” vs 기시다 “공무원은 따라야”
재무성 차관 ‘돈풀기’ 비판에 자민당 정조회장 “바보 같은 얘기”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EPA]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신임 내각이 중산층 소득을 늘려주기 위한 분배를 간판 경제정책으로 내세우는 가운데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둘러싸고 당정 간에 갈등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재정정책을 관장하는 재무성 최고위 간부가 선심성 정책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내고, 집권당 정책 책임자는 “바보 같은 얘기”라고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계층 지원에서 ‘보편 지원’을 주장한 집권 더불어민주당과 국가부채 급증 속도를 고려해 ‘선별 지원’을 강력 요구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이의 격한 논쟁이 일본 기시다 정권에서도 재연되는 모습이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8일 첫 국회 연설을 통해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강조하면서 중산층의 소득 확대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제2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이후 추진된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 영향으로 심화한 부(富)의 편중 현상을 적극적인 분배 정책을 통해 해소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첫 조치로 자민당 총재 경선 과정에서 공약했던 수십조엔(수백조원) 규모의 새 경제 대책을 마련하라고 내각에 지시했다.

새 경제 대책은 당연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산층 지원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야노 고지(矢野康治·59) 재무성 사무차관이 자민당 총재 경선 과정과 이달 말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선심성 정책 경쟁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야노 차관은 지난 8일 발간된 월간지 ‘분게이슌주(文藝春秋)’ 11월호 기고문에서 코로나19 대응 등을 명분으로 한 정치권의 정책 경쟁을 “(선심성) 퍼주기 전투(バラマキ合戦)”로 규정하고 “국가 재정을 파탄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시다 총리가 주문한 새로운 경제 대책에 대해서도 비용과 폐해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선심성으로 흘러선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일본이 선진국으로는 엄청나게 많은 나랏빚을 안고 있다고 지적한 그는 재정 재건 문제가 뒷전으로 밀리는 현 상황을 ‘타이태닉호가 빙산을 향해 돌진하는 것’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일본의 국가부채가 8년 9개월간의 아베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권을 거치면서 폭증해 국내총생산(GDP)의 2배를 웃도는 1200조엔(약 1경2836조원)을 넘어선 만큼 재정 건전화를 추진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는 취지다.

이에 대해 집권 자민당의 정책 책임자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정조회장은 10일 NHK 방송 ‘일요토론’에 출연해 “매우 무례한 어투라고 생각했다”고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정부가 재정적자를 우려해 당장 어려움에 놓인 국민을 지원하지 않는다거나 미래를 짊어질 어린이에게 투자하지 않는 것처럼 “바보 같은 얘기는 없을 것”이라고 야노 차관을 향해 날을 세웠다.

정치인이 아닌 직업 공무원으로는 최고위직으로 재정 정책을 이끄는 야노 차관과 집권당의 정책 방향을 잡는 다카이치 정조회장이 격돌한 모양새가 연출된 셈이다.

지난 8일 야노 차관의 기고문 내용이 처음 알려진 뒤 “제대로 읽어보고 생각을 밝히겠다”고 했던 기시다 총리도 10일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좋지만 일단 방향이 정해지면 (정부) 관계자(공무원)는 확실하게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자신이 추진하는 정책에 제동을 거는 언동을 사실상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정당 주도의 행정이 펼쳐지는 일본에서 현직 차관이 행정수반인 총리의 정책 구상에 이견을 공공연하게 드러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어서 재무성 주계(主計)국장에서 올 7월 현직으로 영전한 야노 차관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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