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재활용 ‘친환경 혁신’ 늘어
현대차그룹 등 글로벌 車업계
생수병 등 친환경 소재 활용
LG화학 등 에코 플랫폼 구축
폐페트병으로 섬유 제작도 눈길
BMW는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1’에서 재활용 재료로 제작하고, 100% 재활용할 수 있는 콘셉트카 아이비전 서큘러를 공개했다. [EPA] |
재생 비중이 높은 친환경 소재를 대폭 늘린 폭스바겐의 도심형 전기차 ‘ID.라이프’ 실내 인테리어. [EPA] |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업계의 ‘친환경 혁신’이 늘고 있다. 완성차업계는 물론, 산업 각 분야에 걸쳐 이 같은 혁신이 신성장동력으로 자리잡는 추세다. 자원 고갈 위기에 따라 폐기물의 경제적 가치가 상승하고, ‘탄소 중립(Cartbon Neutral)’이 화두인 기후변화 시대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는 시대적 흐름이 맞물린 결과다.
소위 ‘돈 되는 쓰레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대표 업종이 완성차업계다. 각종 폐기물을 재활용해 실내 인테리어 등에 활용하고 있다. 완성차업계의 주요 화두인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감소와도 직결된다.
지난 7~12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1’는 전기차의 대전환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친환경 소재는 전기차를 이루는 핵심 요소로 주목을 받았다.
BMW는 100% 재생 소재로 제작한 콘셉트카 ‘아이비전 서큘러(BMW i Vision Circular)’를 선보였고, 폭스바겐은 재생 비중이 높은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3000만원 이하의 전기차 ‘ID.라이프’를 선보였다.
현대차 아이오닉5 한대엔 직물, 시트 등에 500mL 생수병 32개 분량의 재생 플라스틱이 들어간다. 사진은 아이오닉5 실내 소재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
500mL 생수병 32개 분량의 재생 플라스틱이 쓰인 현대차 ‘아이오닉5’에도 시선이 쏠렸다. 특히 바이오 플라스틱과 재활용 페트병을 가공한 직물의 다양한 쓰임에 호평이 이어졌다.
현대차그룹은 친환경 소재를 지난 2014년부터 개발해왔다. 높은 항균 효과와 내구성·내열성이 강점이다. 이런 친환경 행보로 기아 ‘EV6’는 국내 완성차 업계 최초로 영국 카본 트러스트사의 ‘탄소 발자국’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스웨덴 볼보자동차가 오는 2025년부터 신차 소재의 25%를 지속가능한 소재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진은 재생 플라스틱에 사용하는 목재와 페트병, 코르크 등 원재료 모습. [볼보자동차코리아 제공] |
볼보는 오는 2040년까지 완전한 순환 비즈니스를 완성한다는 계획에 따라 2025년까지 신차에 사용하는 소재 25%를 재활용 소재로 구성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차세대 신차에 페트병 재활용 소재, 와인 산업에서 재활용된 코르크로 만든 인테리어 신소재 등을 적용할 방침이다.
폐플라스틱·배터리를 재활용하려는 석유화학업계의 시도도 꾸준하다. LG화학은 지난 3월 스타트업 이너보틀과 손잡고 ‘소재(LG화학)→제품(이너보틀)→수거(물류업체)→리사이클(LG화학·이너보틀)’로 이어지는 에코 플랫폼 구축했다. 지난 9일엔 쿠팡과 연간 3000t의 스트레치 필름(물류 포장용 비닐랩)을 재활용하는 협약도 맺었다. 또 롯데케미칼은 재활용 페트병 생산량을 2030년까지 연간 34만t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재 울산에 2024년 완공을 목표로 공장을 증설 중이다.
한화솔루션은 포장필름 제조기업 디아이텍과 친환경 포장재를 개발하기로 했다. 폐플라스틱을 녹인 열분해유에서 분자구조를 변화시켜 나프타를 생산하는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코스모화학 등도 셀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배터리의 코발트, 니켈, 리튬, 흑연, 구리, 망간 알루미늄 등 다양한 배터리 원재료를 재활용하는 기술로 차별화를 시도 중이다. 독자 기술과 국내외 기업과의 협업도 활발하다.
효성티앤씨의 재활용 섬유 리젠은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해 폐페트병을 수거, 재활용해 만든 섬유다. 노스페이스, 내셔널지오그래픽, 커버낫 등 MZ세대에 인기 높은 브랜드에서 해당 섬유로 제작된 옷이 팔린다.
업계 관계자는 “빨대와 같은 일회용품부터 자동차와 같은 내구 소비재까지, 이제 친환경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환경친화적인 소비에 대한 의식과 책임감, ‘착한 소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친환경 소재 적용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찬수 기자
andy@heraldcorp.com